STRAIGHT WORLD

직진 세계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었다. 숫자가 주는 무게와 별개로 당장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만 조심스러운 것. 어떤 새로운 일 앞에서 망설일 것만 같은 예감. 용기가 필요한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2021년이 된 것을 인정하고 당차게 한 걸음, 미지의 한 해에 기대를 걸고 한 걸음. 어차피 우리에겐 타임머신이 없다. 그렇다면 조금 어설프더라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로 살아가고 싶다.


『쥰페이, 다시 생각해!』 - 오쿠다 히데오

 

  로쿠메이회라는 야쿠자 단체의 산하 조직인 하야다파 소속의 쥰페이. 폭주족 출신의 야쿠자 똘마니인 그는 그럴싸한 출세 없이 그저 청소만 하며 청춘을 보내고 있다. 아직 스물하나 쥰페이는 적대 세력의 목을 따오라는 오야붕의 명령에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진짜 야쿠자로 한 걸음. ‘사흘간 사바세계를 맛보고 와’. 오야붕은 30만 엔이 든 봉투를 건넨다. 오랜 감방 생활을 각오한 쥰페이 주변으로 사람들이 생겨난다. 인터넷 게시판에 쥰페이의 사연이 오르고 사람들은 그의 행동에 대한 찬반을 나눈다. 남은 시간은 사흘, 쥰페이의 마지막 청춘은 이리저리 흔들린다. 그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소설은 웃기면서도 서글프다. 그리고 조금 따뜻하다. 이십대 초반의 나는 어땠나. 입시 생활을 보상 받겠단 마음으로 마음껏 게으름피우며 스물을 보냈다. 그리고 찾아온 스물하나 둘 셋은 여전히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론 불안했다. 대입이라는 명확한 목표도 사라졌고, 좋아서 선택한 전공은 생각만큼 흥미롭지도 않았다. 야쿠자 똘마니는 아니었지만 새로운 사람들이 생겨나고 그 속에서 흔들리는 건 매 한가지였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들은 꽤 위로가 됐다. 엄청난 고찰과 진리가 아닌 순수한 재미와 적당한 온도는 잠깐이나마 잡념에서 벗어나게 도와주었다. 다시 시간이 지나 『쥰페이, 다시 생각해!』를 집어 들어도 여전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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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bye Aluminium』 -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행복한 사람은 듣지 마세요, 굿바이 알루미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3집은 과격한 마지막 문장과 함께 세상에 나왔다. 월 100만원 이하 뮤지션의 삶을 인정하고 더 이상 음악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과 함께. 그는 건방진 세상에게 덤비라고 노래한다. 더 좋아질 것이라 말하는 세상과 그렇지 못한 현실 앞에서도 자신의 노래로 당당하길 바라는 그의 마음이 다소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겪고 있는 세상의 결은 그만큼 선명하게 다가온다.


  그가 원했던 것은 생(生)을 지속할 수 있는 합당한 수입, 그리고 더 음악을 해도 괜찮다는 희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정말 사랑했다 말하는 것들로부터 떠난다. 자신이 쓰러져도 내버려두란 가사는 포기 이상의 가치를 고민하게 만든다. 실패를 인정하는 것, 억지로 일으킬 필요 없다고 거절하는 것, 결국 세상의 주인공은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 받아들이는 순간 무너질 수밖에 없는 사실들을 이야기하는 용기.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큰 한 걸음일지도 모르겠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아직 살아있는 세계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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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억지로 용기를 낼 필욘 없다. 강제로 나아갈 이유도 없고. 그래도 시간은 흐르니까 우리는 어디론가 향하게 될 것이고, 그런 우리 각자의 걸음과 방향이 존중받길.


Editor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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