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OF BLANK

~ 에서 살아남기

  화면으로 반가운 이름이 보인다. 어떻게 지내, 뭐가 맛있더라, 요즘엔 뭐가 좋고, 뭐가 싫더라. 한참 동안 각자의 요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반드시 지켜야 할 순서처럼 위로를 시작한다. 지금만 잘 넘기자는 말을 반복한다. 그래도 살아남아야지, 첨언을 하고 메시지를 마친다. 체한 것처럼 안쪽이 답답하다. 넘기고 살아남아서 남는다 해도 더 나아진 날을 맞이할 자신이 없다. 살아남는 것이 목표인 시대라니 이렇게 가혹할 수가. 한 때 애독서였던 ‘~에서 살아남기’ 시리즈처럼 ‘오늘에서 살아남기’ 시리즈가 있었으면.


『한국이 싫어서』 - 장강명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은 주인공 계나의 명쾌한 요약으로 시작한다. 그녀는 못 살아 먹겠는 한국을 떠나 어학연수도 워홀도 아닌 이민을 선택한다. 출생과 함께 부여된 국가를 버리고 나은 삶, 행복을 찾기 위해. 호주에서의 삶을 쉽지 않다. 한 병에 3,000원도 안 되는 와인 가격은 놀랍지만 셰어하우스는 불편하다. 그럼에도 계나가 한국을 떠난 이유에 고갤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녀가 살아남기 위해 택한 방식을 쉽게 반대할 순 없으리라. 보편의 우리 마음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는 그런 이유와 비슷하니까. 대기업에 다녀야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하고, 결혼을 잘해야 하는. 그리고 집은 자가. 이뤄내야 어엿한 인간으로 인정받는 한국 사회의 요소들. 경쟁의 굴레를 끊는 것도 어렵고. 한국 땅에서 내가 살아남을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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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패밀리』 - 야구치 시노부

 

  원인 모르는 정전이 일어난다. 시계부터 전철까지 전기로 작동하는 모든 것들이 멈춘다. 스즈키 가족은 전쟁 아닌 전쟁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떠난다. 불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화목한 대화가 오가는 것도 아닌 흔한 가정. 정전은 모든 일상을 뒤흔들었고, 살아남기 위해서 스즈키 가족은 함께한다. 생(生)을 유지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발견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거대한 재난 앞에서 나는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가족, 연인, 친구 아니면 정말 재난 속에서 만난 아무개 일지도. 중요한 건 기존의 유대가 아니다.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의 효율성이다. 그럼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산으로, 바다로, 아니면 한적한 교외의 대형 마트로. 식량을 수급해야한다. 안락하진 않지만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되는 벽도 필요하다. 마지막은 어떤 사람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서바이벌 패밀리』에서 아주 작은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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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다. 천천히 재앙에 적응하는 지금처럼. 어렵던 일상에 익숙해지고, 다시 새로운 가치로 삶을 이어가야겠지. 희망보다는 조금 가까이 있는 그런 이유를 찾아서. 안부다운 안부와 온전한 안녕을 나누는 통화가 절실하다. 그럼 오늘도 무사히 살아남길!


Editor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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