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는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다. 가구는 연결체다. 가구는 사물이라기엔 건축물에 가깝고, 건축이라기엔 사물과 가깝다.
Q. 자기소개
A.
신용섭: 스튜디오 신유에서 신을 맡고 있는 신용섭이라고 합니다. 가구 디자인과 제작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유승민: 스튜디오 신유에서 유를 맡고 있고요. 디렉터로서 브랜딩, 마케팅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신유는 디자인 번역가라는 모토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번역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문화적으로는 동양과 서양의 각기 다른 특수적인 부분들 속에서 겹쳐지는 공통감을, 공간적으로는 건축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가구를 전이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Q. 업으로 삼게 된 이유
A.
신용섭: 군대에서 생활할 때, 행보관님하고 맨날 나무 주워다가 내무반에서 쓸 거 만들고 그랬거든요. 주말에 저를 쉬게 두시지 않더라고요. (웃음) 그렇게 만든 물건들은 서툴었지만, 그걸 사용하는 전우들의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으니까 그 일이 의미 있게 느껴지더라고요. 가구가 사람들과 항상 같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어요. 처음에는 호기심 반으로 시작했어요. 전역하자마자 파주에 있는 가구 공장에 가서 일을 해봤죠. 그러다가 어느 날 제가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던 화장대를 고객님이 공장으로 가지러 오셨어요. 엄청 소중하게 실어서 가져가시더라고요. 그 때 ‘아, 이분에게 이 화장대는 삶의 한 켠에 늘 같이 존재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구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의미가 깊이 있게 다가왔어요. 그 때 좋은 가구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을 했고, 여전히 가구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죠.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행정학과를 1~2년 정도 다니다가 군대를 다녀온 뒤 생각이 바뀌어 실내 건축으로 남은 2년 동안 학교생활을 마친 게 어제 같은데 말이죠. (웃음)
유승민: 신문방송학과에서는 소통에 기반한 개론인 ‘커뮤니케이션 이론’ 가장 먼저 배우고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송, 수신자 간에 메시지가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송신자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가를 다뤄요. 이 점이 되게 재밌게 다가왔고 자연스럽게 마케팅이나 브랜딩 쪽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이후 회사에서 마케팅과 세일즈 업무를 병행했어요. 규모가 큰 회사였기 때문에 오히려 한정적인 업무와 주어진 역할만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 스스로 정체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러던 와중 신용섭 작가가 스웨덴에서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를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했죠. 당시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싶은 욕심도 컸기 때문에 흔쾌히 수락하며 디렉터로서 스튜디오 신유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Q. 스튜디오 신유만의 스타일
A.
신용섭: 처음에 공장에 다닐 땐 양산 위주다 보니 하자가 발생하기도 하고, 리콜도 많았는데 그런 가구가 아니라 천천히 만들어도 좀 오래가고 튼튼한 가구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에 목공기술을 배웠어요. 배우다 보니 공간에 대한 이해가 조금 부족한데? 해서 또 공간에 대해 배우러 가고. 이런 식으로 좋아하는 가구에 대한 기준들이 경험이 쌓일수록 더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간 쌓였던 경험을 토대로 가구 디자인을 하고 있죠.
Q. 일반인들에게 스튜디오 신유만의 가구 디자인 포인트를 설명해주자면
A.
신용섭: 그저께 클럽하우스라는 SNS 매체를 통해서 “예술의 의의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한 시간 가량 얘기했어요. 제 주된 의견은 예술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것이었어요. 작품을 봤을 때, 어떤 사물을 봤을 때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 너머에 심층적으로 숨겨진 이야기, 철학적인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번에 스튜디오 신유의 가구를 하나하나 디자인할 때마다 다양한 가치를 담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보는 사람마다 관찰자 관점에서 주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그렇게 접근하더라도 다양한 층위를 두려고 노력을 했거든요. 겉으로 보이는 것 너머에 작가의 의도가 담길 수 있고, 그것을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다양하다는 부분을 생각해봐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Q. 가구만의 매력이 있다면
A.
신용섭: 가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비슷한데, 다른 물건이랑 다르게 느껴졌어요. 사물들을 부피나 질량의 관점에서 분류해 봤을 때, 스마트폰이나 연필 이런 것들은 아주 작고 또 반대로 건축물 같은 경우에는 아주 크다고 느껴지는데 가구는 대체로 사람과 비슷한 부피를 하고 있어요. 가끔은 어떤 인격체처럼 여겨지기도 해요.
유승민 : 가구는 스튜디오 신유의 메세지를 전하는 하나의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신용섭 작가의 철학이나 신념을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고요. 용섭 작가님의 대답을 듣다 보니, 스튜디오 신유의 메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가구가 아닌 다른 것을 디자인해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가구라는 게 기본적으로 실용성이 있어야 하고, 견고해야 하며 사람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확실한 목적성을 지니고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다보니 메세지를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 제한적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설치미술처럼 메세지에 포커스를 맞춘 작업을 해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Q. 두 분이 같이 꾸려나가는 스튜디오 신유에 돋보이는 케미가 있다면
A.
유승민 : 성향이나 성격이 완전 반대거든요. 신용섭 작가님은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몰두하는 스타일이고, 저의 경우 외부로 표출하고 나가려는 성향이 강해요. 그러다 보니 저희 사이에는 항상 간극과 격차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서로 대화와 이해를 통해 그 사이를 메우려는 노력을 많이 하다 보니 오히려 관계의 밀도와 크기가 더 단단해지고 넓어지는 것 같아요. 이제는 거의 부부나 마찬가지지 않나…(웃음)
신용섭 : 또한, 동업할 때 분업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확실히 분업화가 이루어져 있다 보니 큰 트러블도 없고 잘 지내는 것 같아요.
자세한 이야기는 출판 예정인 ISSUE NO.1 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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