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ENAGER! TEENAGER!

틴에이저! 틴에이저!

  십대는 결코 달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내가 원하는 만큼 내딛을 수 있는 지금과 달랐다. 거칠고, 불안했고, 정확하지 않았다. 이름 붙이기 어려운 에너지가 넘쳤다. 작은 움직임이 필요한 순간 마다 쓸데없이 크게 행동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용기가 필요한 타이밍엔 어딘가에 숨기 바빴다. 공부를 ‘열심히’, 혹은 ‘잘’하는 것이 어른들의 바람이었다. 그들의 삶만큼이나 내 삶도 복잡하다고 설명만 할 수 있었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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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 윤성현 감독

 

  기태의 죽음이 시작이다. 기태의 아버지는 뒤늦게 아들의 죽음을 추적한다. 아버지는 평소 아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큰 충격과 함께 중학교 때부터 기태와 친했던 동윤, 고등학교 때부터 어울린 희준을 찾아간다. 오해 속에 기태와 동윤, 희준의 사이는 거칠어진다. 서로 아픔을 주는 상황 속에서 그려지는 감정은 섬세하다. 친구에 대한 믿음, 그 믿음과 함께 사랑받고 싶은 마음, 조절에 실패해 거칠어지는 관계들, 점점 나약해지는 과정과 삶을 포기하는 순간. 영화를 보고 있으면 언뜻언뜻 십대 시절의 기억들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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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슈슈의 모든 것』 - 이와이 슌지 감독

 

  열네 살의, 리얼. 포스터엔 정확한 나이가 적혀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이와이 슌지가 집필한 소설이자, 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유이치, 호시노, 쿠노, 츠다 네 명의 열네 살이 그려진다. 주인공 유이치의 삶은 만만치 않다. 단짝이었던 호시노에 의해 이지메를 당한다. 첫사랑인 쿠노 역시 이지메를 피하지 못한다. 츠다는 호시노의 명령으로 원조교제에 몸담는다. 슬픔이 반복되는 유이치에게 유일한 위안은 가수 릴리 슈슈의 음악이다. 호시노와 쿠노, 츠다 역시 릴리를 듣는다. 그들 중 몇은 릴리의 팬 사이트에서 각자의 닉네임으로 마주친다.


  영화는 다소 거칠다. 인물들이 지니고 있는 위태로운 감정들은 살짝만 스쳐도 무너질 것 같다. 그들의 사춘기는 검푸른 새벽 같다. 저 끝에서 밝아오는 오늘이 있지만 쉽게 도달할 수 없다. 영화 내내 릴리가 만들어낸 ‘에테르’가 언급된다. 인물들 각자에게 에테르는 어떤 의미였을까.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선과 악의 의미에서 마무리되는 영화가 아니다. 우리가 서 있는 현실과 그 곳에서 일어나는 슬픔들을 마주했던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도피를 위해 찾게 되는 또 다른 세계와 안식처를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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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enage Fanclub

 

  록의 파워에 팝의 감수성이 더해진 ‘파워 팝’ 장르를 대표하는 밴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스코틀랜드 록 씬을 지키고 있다. 나도, 이들도 이젠 틴에이지와 거리가 멀지만 나의 틴에이지에는 틴에이지 팬클럽(Teenage Fanclub)의 음악이 있었다. 야간 자율 학습을 마치고 기숙사에 돌아와 재생시켰던 앨범 『Grand Prix』를 기억한다. 반은 입시로부터 도피, 나머지 반은 나도 밴드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몽상이었다. 애틋한 감성에 빠지지 않아서 오히려 괜찮은 시간이었다. 당시의 플레이리스트를 찾게 되는 요즘이다.


Editor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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