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고요나 개인전 : Filtering 개최

CR Collective 씨알콜렉티브는 2021년 올해의 CR작가로 선정된 정고요나의 개인전, '필터링 Filtering'을 2월 18일부터 3월 27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정고요나는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필터링filtering’이란 행위를 통해 SNS같은 사회적 네트워킹에 집착하는 현상 및 정서를 동시대 텍스트로 시각화한다. 형식적으로는 회화작가로서의 오랜 고민과 실천을 기반으로, 언택트 시대의 가상으로 통하는 자기 최면화된 모호한 관계-욕망을 드러내고자 한다.

  CR Collective에 들어서게 되면 정고요나 개인전 '필터링'에서 느껴지는 컬러풀한 벽과 작품의 조화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필터링'은 작가 개인이 올려놓은 셀카나 사진들을 필터링해 페인팅으로 옮겼다. 또한 개인 계정에 올린 사진들은 각자 기준에 맞게 필터링되어 게시되었으니 전시장 작품들은 두 번의 필터링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인전 '필터링'에는 10년 이상 활동해온 회화작가로서 정고요나의 고민이 담겨있다. 이전 작품에서 라이브 카메라나 사진을 통해 사용자와 연결된 라이브드로잉으로 작가의 일방적이고 통제적 시선을 해체하고자 했다면, '필터링 Filtering'에서 선보이는 신작은 적극적으로 SNS를 활용하여 동시대성을 드러내는 데에 집중한다. 개인의 브랜드화, 자기 PR이 강조되는 사회 구조 안에서 SNS의 활성화는 사회관계망을 견고히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작가는 온라인상에 업로드된,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셀카(selfies)와 같은 개인의 이미지를 선택하여 다시 필터링, 편집하고 화면으로 옮기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관심과 함께 관계를 증명받고자 하는 개인의 욕망과 이와 교차하는 타자의 시선을 중성적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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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고요나는 특히 자신의 일상을 사진처럼 기록하는 작업으로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였다. 2016년 개인전 '기억의 목적'에서 처음 시도했던 <라이브 캠 페인팅 Live Cam Painting> 시리즈는 CCTV, 웹캠, 셀프카메라 등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는 영상을 캔버스 혹은 OHP 필름 위에 프로젝션 하여 고정된 배경 위로 움직이는 인물들의 실루엣 변화를 실시간으로 그려내는 미디어 회화 작업이었다. 이는 쌍방향 소통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통제된 회화적 결과물을 해체하려는 시도였다. 사회가 점점 디지털화되고 인터넷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온라인을 통해 개인의 일상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관찰하는 현상에 관심을 둔 작가는 SNS에 업로드 된 가상 이미지가 내포한 동시대적 특성으로 자연스레 시선을 돌렸다.


  SNS 활성화는 공적 공간에서 누구나 업로드 된 피사체의 사적이면서 조작된 이미지를 스파잉(spying)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열어주었다. 이로써 SNS를 통한 작가와 피사체와의 소통인 스파잉의 행위는 관음이라는 부정적 속성이 배제된 채 공공연히 수행과정을 거칠 수 있는 당위성을 획득하게 된다. 정고요나는 온라인 상에 업로드 된 이미지가 필터를 거치며 피사체 그 자체임과 동시에 타인을 의식한 되고 싶은(want to be) 혹은 보여지고 싶은 선망의 이미지로 양가적 측면을 지니는 것을 포착한다. 정고요나는 자발적으로 타인과 공유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미지를 온라인상에서 선택한다. 각각의 이미지는 타자의 시선을 강하게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반영하여 ‘만들어 낸’ 개인적이지만 사적이지 않은 결과물이다. 개인에 의해 게재된 시각 이미지의 결과물은 ‘내가 어떻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지점에서 책략적으로 짜여 있지만 동시에 의도를 드러내길 원하지 않는, 애매모호함이 담긴 “교묘한 내숭”을 표방한다. 이러한 지극히 의도적으로 타자의 시선이라는 주관적인 검열을 거쳐 온라인상에 그리드로 넓게 펼쳐진 이미지들은 의식의 표면 아래 놓인 동시대의 삶의 방식과 이상향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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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과 자체 검열의 기준을 통과하여 비로소 보이는 이미지는 ‘나’이면서 ‘내가 아닌’,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존재하는 이미지가 되어 가상과 실재 그리고 현실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지점을 형성하고, 여기에 작가의 ‘그리는’ 행위가 더해져 결국 객관적 텍스트로 치환된다. 즉 작가는 SNS 사진 같은 얇은 그리드로 플로팅(floating)하는 이미지를 서로 다른 시선을 드러내지 않는 붓질, 채도 낮은 냉랭한 감각으로 ‘그리는’ 행위로 수행함으로써 쌍방향으로 교차 편집된 동시대적 정서와 욕망을 읽어낸다. 이를 통해 급변한 언택트 시대에서의 회화적인 요소에 대한 예술적 탐구와 동시대적 실험을 시도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미지에 다시 한번 필터를 덧씌워 화면으로 옮김으로써 “어쩌면 우리는 편집된 일상을 살고 온라인상에서 만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현대인의 삶에서 오는 고독함과 관계에 대한 욕망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작가 노트에서)하는 의문을 품는다. 이로써 가상이 이미 우리 삶의 여기저기, 그리고 깊은 곳으로 들어와 현실이 채워줄 수 없는 위로와 자기만족, 그리고 향유를 주고 있음을 생각해보게 한다.


  코로나 19로 침체되고 우울한 요즘 화사한 파스텔톤 컬러의 그림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자유롭게 여행하고, 마음껏 휴식하는 것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이 전시를 통해 언택트 시대의 사회관계와 인간관계를 느껴볼 수 있는 정고요나의 개인전 '필터링'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전시일정 : 2021년 2월 18일(목) ~ 2021년 3월 27일(토)

전시장소 : CR Collective 씨알콜렉티브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 120 일심빌딩 2층)

Gallery hour: 12:00-18:00 (일, 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오프닝리셉션 : 코로나 19의 여파로 리셉션 없이 전시를 진행합니다.

문의 : 02)333-0022 / 010-9525-5087

인스타그램 : @cr_collective_

공식 홈페이지 : www.cr-collectiv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