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지키기, 밥 먹을 자리는 편안해야지

  우리가 스스로 온전해질 수 있는 공간을 찾을 수 있을까. 

그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연습을 한다.

  어머니가 말했다. 밥 먹을 때만큼은 걱정이 없어야 한다고. 우리는 개인의 공간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한다. 낮 혹은 밤에 일하고 저축하며 땀을 흘린다. 노동으로서 얻어내는 밥을 벌어먹는 가치는 소중하다. 우리가 고민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조금이라도 더 온전해질 수 있는 사적인 공간에 대해서. 정서에 맞는 조명을 두거나 식물과 함께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위치한 자리에서 스스로 안정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이다. 우리의 마음은 공간 속에서 편안하게 자리해야만 한다.

강아솔, 정규 3집「사랑의 시절」 


 강아솔의 '섬'은 "들여다볼수록 돌보지 못하는 저마다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앓는 마음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섬을 상상한다. 아찔하게 혼자일 수밖에 없는 외딴 섬에서 우리는 때로 우울하고 적적하다. 관계의 집합 속에서 결정되는 사회에서 본인이라는 섬에 우리는 서 있다. 아파할수록 탓하기 마련이다. 굳이 섬에 서 있으면서 바람에 적응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나의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만큼은 지켜내야 할지도 모른다.

윤가은, 영화「우리집」


  유년의 집을 생각하면 언제든 옮겨질 것만 같은 불안감이 싫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보는 노을을 두고 가고 싶지 않았고 내가 늘 걷던 길을 잊는 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내가 늘 간직하던 마음을 놓고 간다는 것. 편안하던 나의 공간을 다신 못 볼지도 몰라서 아찔했다. 스스로가 온전하지 못한 공간에 대해서 연속적으로 생각한다. 밥 한번 먹을 때에도 눈치를 보고 미래를 걱정한다.

9(9와 숫자들), 싱글「방공호 」


  나조차도 내 공간 속에서 불안하다면 누군가를 들어오라고 말하는 건 꽤 힘들 것이다. "내가 만든 작은 세상으로" 들어오라는 당신은 나에게 아직은 낯설다. 눈으로 뒤덮인 추운 겨울 "여기만은 안전해요" 라며 말하는 당신과 만날 봄을 상상하곤 한다.


"

봄이 오면 함께 떠나요

모든 슬픔 여기 가둬두고서

모든 두려움 다 떨쳐버리고

"


밥을 챙겨 먹기 위해 일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고된 노동 속에 휘발되고 사용되는 자신들의 정서를 다시 채우기도 어렵다. 우리의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을 나누는 일. 사적 공간을 더 아끼며 생각하는 것. 우리의 밥 먹을 자리는 편안해야지 싶다.


Editor  오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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