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OR TO THE SINGULAR POINT

특이점에 앞서

  생명의 소중함을 안다. 그 소중한 것을 다루는 생명과학은 멀게 느껴진다. 복제 인간의 위험성 보단 도라에몽의 어느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유전자가 조작된 인간은 그저 히어로. 언젠가 찾아온다는 특이점에 앞서 왠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 같다. 기술에 대해, 생명에 대해,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섬세하게 짜인 이야기 몇 편이 있다.


『진이, 지니』 - 정유정

 

  믿고 읽는 정유정의 장편소설. 영장류 센터에서 일하는 연구자 ‘진이’와 인간에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보노보 ‘지니’의 이야기이다. 교통사고로 인해 진이의 영혼이 지니의 몸으로 옮겨간다. 지니 안의 진이는 가진 것 하나 없이 방황하는 ‘민주’에게 도움을 청한다. 삶과 죽음, 두 영혼이 하나로 동화되어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담겨있다. 소설을 읽다 보면 공감의 방향이 변화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내 존재의 위치가 궁금하다면, 혹은 삶을 이어가는 모든 순간이 고민이라면 아주 작은 조언이 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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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 김초엽

 

  행복만 존재하는 유토피아는 영원할 수 있을까. ‘데이지’의 편지로 진행되는 소설이다. 데이지가 사는 마을은 바이오해커 ‘릴리’에 의해 만들어졌다. 얼굴의 흉터로 인해 차별 속에 살아온 릴리는 완벽한 개조 인간을 설계하는 것으로 명성을 쌓았고, 어떤 실수로 인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서로 차별 없는 마을을 만든다. 마을에선 완벽한 아이들이 아닌 결함이 있는 아이들이 태어난다. 차별 없는 이상적 세상에서 자란 그들은 생에 한 번 ‘시초지’로 순례를 떠난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생명과학에서의 윤리적 이슈에 더불어 사랑을 이야기한다. 고통으로 찬 세계에 맞설 방법은 순례자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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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히가시노 게이고

 

  1992년 작 『레몬』의 원제는 『분신』이었다. 하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었기에 『레몬』으로 바꿔서 번역되었다고 한다.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 그들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마리코와 후타바는 전혀 다른 가정에서 자랐지만 마리코의 티비 출연으로 인해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다. 말투와 재능도 다른 두 사람의 기질적 공통점은 레몬을 먹는 방법이 같다는 것 뿐. 2007년도 판본의 표지가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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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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