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에 대하여'
기다림은 언제나 쉽지가 않다. 당신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도, 당신을 만나는 날까지 남은 밤을 손가락으로 세어보는 것도, 또 이 계절과 계절 사이에 다음 계절을 기다리는 것까지. ‘기다림’이라는 것은 하나같이 쉽지가 않는 일들뿐이다. 그래도 우리는 매일같이 그 단어의 뜻처럼 ‘어떤 사람이나 때가 오기를 바란다.’ 예고편을 보자마자 “어머, 이건 꼭 봐야 해!”라고 생각이 든 영화라든지,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알 수 없는 이끌림에 하게 되는 ‘나만 없는’ 조던 1의 드로우 DRAW라든지, 또 그렇게 바라던 당신과의 제주 여행이라든지. 우리는 늘 무언가를 바라고, 기다리고 또 그렇게 반복한다. 기다림으로 하루를 다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점심시간은 언제 오나, 그럼 또 퇴근시간을 바라보고, 마지막으로 주말을 기다리는 이 알 수 없는 사이클 Cycle에 갇힌 듯하지만 그래도 기다림은 기대와 설렘이 공존하는 재미있는 일이다.
신인류
에디터에게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다음을 기다리는 일이다. 그다음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아니지만, 또 어떤 짙은 여운으로 내게 닿을지 그리고 어떻게 나의 곁에 머무를지를 생각하면 저절로 흥미가 생겨난다고 해야 하나. 언제나 기대되고 또 기대되는 일이다. 하지만, 기다림의 끝은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가끔은 예상치 못한 작별의 인사를 마주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PLAYL1ST 플레이스트에서 소개하고 싶은 아티스트는 밴드 ‘신인류’이다. 2018년 싱글 앨범 「너의 한마디」로 데뷔한 신인류는 신온유(보컬), 이지훈(기타), 문정환(베이스), 이예찬(드럼), 하형언(키보드)로 이루어진 5인 혼성 밴드이다. 그들만의 음악으로 다음 행보가 기다려지는 밴드였지만, 이제 더 이상 그들의 다음을 기다릴 수가 없게 되었다. 2020년 6월, 그들은 밴드 ‘신인류’의 모든 활동을 마치기로 했다.
자신들만의 언어와 색채를 가진 매력적인 밴드였다. 일말의 기대도 없이 본 영화가 너무 좋았을 때의 기분이라고 할까. 화려한 액션도, 파파박 터지는 특수효과도, 또 간담이 서늘할 정도의 반전도 없지만 그 영화가 가진 이야기와 호흡, 온도가 내 것과 맞아 다시 봐도 좋을, 아주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마쳤을 때 느끼는 기분이다. 또, 회화적繪畵的인 노래를 하는 밴드였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결 사이에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는 듣는 이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형상과 느낌을 그려지게끔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밴드로 여러분들께 소개하고 싶다. 무엇이 그려지든 무엇을 느끼든 그렇게 ‘신인류’의 음악이 오래도록 머무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