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갑작스럽게 배드민턴이 하고 싶어졌다. 바람이 꽤 불던 날이었지만 친구와 함께 배드민턴 라켓과 셔틀콕을 들고 나갔다. 바람은 어느 쪽에서 불지 알 수 없어, 아무렇게나 자리를 잡고 배드민턴을 했다. 셔틀콕은 무심하듯이 가벼워서 멀리 날아갈 것처럼 하늘로 떠올랐다가 바람을 맞고 자리에 뚝, 떨어졌다. 더 멀리 보내고 싶어서 강하게 라켓을 휘둘러도 힘을 받은 것에 반도 못 갔다. 우리는 자리를 바꿔봤지만 매한가지였다. 포물선에서 직선으로 바뀐다.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날아간 셔틀콕은 배수구 구멍으로 빠졌고 우리는 셔틀콕을 잃었다.
공중에서 자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어렵다. 내 몸이 자유롭지 못한 공간,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가만히 있으려고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 손을 떠난 뒤 결정되는 것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다. 안간힘을 쓰고 노력하는 것은 늘 좋다. 다음 날, 나는 라켓을 강하게 휘둘렀던 탓에 팔이 저렸다. 노력은 좋지만 노력으로 인한 결과가 아프지만 않았으면 한다. 배드민턴을 하던 시간은 즐거웠고 추억이 되었다. 떠오르는 것들을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을 상상하는 것, 반추하는 것. 그것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