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지키기, 공 던지기

  우리가 스스로 온전해질 수 있는 공간을 찾을 수 있을까. 

그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연습을 한다.

  공을 있는 힘껏 던진다. 대각선으로 던지는 것보다는 땅으로부터 수직하게 던지는 것이 더 높게 떠 있을 것이다. 공은 하늘에서 찰나의 시간을 멈춘 뒤, 다시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순간 동안 고개를 들어 궤적을 살피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숙인다.


존 발데사리(John Anthony Baldessari 1931-2020)의 작품, "공중에서 직선을 얻기 위해 세 개의 공 던지기(Throwing Three Balls in the Air to Get a Straight Line)"에서는 공을 던진다. 발데사리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야자수들이 보이게끔 공을 던진 뒤 직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실험적인 설정을 부여하고 결과를 얻어낸 그의 사진을 보았을 때 매혹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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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나간 밤의 공터에서 아이가 공을 던지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생각보다 멀리 날아가지는 않는 공은 이내 쉽게 떨어졌다. 공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떨어지고 아이는 공을 한번에 잡아낼 수 없다. 떼구르르르……. 굴러가고 있는 공을 몇 발자국 안으로 잡아내기에는 아이는 키가 작다. 노란 공은 벽에 부딪쳐 멈추거나, 스스로 멈출 때까지 굴러갈 것만 같았다. 아이는 계속해서 공을 던지고 논다. 뒤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는 쉴 세 없는 반복 행동을 응원한다. 아이는 무엇을 하려고 했던 걸까. '우웅'하고 날았다가, 바닥에 '탁'. 내가 지켜보고 있던 시간 동안에 나는 어린 친구가 얻어내고자 하는 것이 다가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계속해서 반복했다.


  한 장의 사진을 우연히 보고 빠져든다는 건 귀한 경험이다. 경험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간다. 조용한 호수에 무언가 빠져 수면에 파동이 인다. 중앙에서 시작된 충격은 물가까지 은은하게 다가온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진동이더라도 조용했던 호수는 이제 더 이상 조용한 곳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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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갑작스럽게 배드민턴이 하고 싶어졌다. 바람이 꽤 불던 날이었지만 친구와 함께 배드민턴 라켓과 셔틀콕을 들고 나갔다. 바람은 어느 쪽에서 불지 알 수 없어, 아무렇게나 자리를 잡고 배드민턴을 했다. 셔틀콕은 무심하듯이 가벼워서 멀리 날아갈 것처럼 하늘로 떠올랐다가 바람을 맞고 자리에 뚝, 떨어졌다. 더 멀리 보내고 싶어서 강하게 라켓을 휘둘러도 힘을 받은 것에 반도 못 갔다. 우리는 자리를 바꿔봤지만 매한가지였다. 포물선에서 직선으로 바뀐다.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날아간 셔틀콕은 배수구 구멍으로 빠졌고 우리는 셔틀콕을 잃었다.


  공중에서 자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어렵다. 내 몸이 자유롭지 못한 공간,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가만히 있으려고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 손을 떠난 뒤 결정되는 것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다. 안간힘을 쓰고 노력하는 것은 늘 좋다. 다음 날, 나는 라켓을 강하게 휘둘렀던 탓에 팔이 저렸다. 노력은 좋지만 노력으로 인한 결과가 아프지만 않았으면 한다. 배드민턴을 하던 시간은 즐거웠고 추억이 되었다. 떠오르는 것들을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을 상상하는 것, 반추하는 것. 그것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면.


Editor  오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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