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L1ST - 너가 꼭 알았으면 해 ; PREP

Track #14. ’너가 꼭 알았으면 해 ; PREP’

’도시 여행자’


  서울에 올라온 지 어느덧 4년 차. 이제는 제법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아직까지 이 도시는 내게는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과 너무나도 다른 이 도시를, 어쩌면 매일같이 그렇게 나는 여행하는 중일 지도 모르겠다. 사실, 늘 같은 풍경의 연속이다. 출퇴근을 하면서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들, 뿌옇게 먼지가 날리는 서울의 하늘과 그 속을 유유히 흐르는 한강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지만, 그럼에도 ‘나’라는 존재는 이 도시에선 늘 이방인으로 존재한다. 아마도 마음속에 있는 조금의 불편함 때문일 것이다. 가장 단순하고 예로 지하철을 들수가 있다. 나처럼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은 다 공감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나는 지금도 지하철을 탈 때 좀처럼 마음 편히 있기가 어렵다. 내릴 정거장이 어디인지 또 얼마나 남았는지 괜히 노선도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하고, 표정은 세상 이 도시 사람들의 것을 하고 있지만 은밀하게 지하철 앱을 살펴보는 나 자신을 볼 때면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올 때도 있다.


그럼에도 이 도시는 내게 분명히 매력적이다. 가야 할 곳도, 가보고 싶은 곳도 많다. 아직 롯데월드도 안 가봤으니, 아마 이 도시에 평생을 살아도 다 가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끝없는 즐거움과 새로움이 생겨나는 이 도시에서 나는 늘 여행 같은 일상을 보낸다. 주소지만 서울로 되어있을 뿐, 나는 일종의 ‘도시여행자’인 셈이다.

PERP


  '도시여행자’라는 타이틀에 맞는 아티스트가 누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티스가 있었으니. 바로 영국의 4인조 밴드 ‘PREP’이다.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본인이 힙스터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알고 있는 그 밴드이다. 영국 출신의 이 밴드는 한 가지 장르로 표현하기에는 어렵다. 신스팝, 씨티팝, 재즈힙합, 마리나 팝 그리고 R&B 등등. 이 밴드가 가진 스펙트럼은 무궁무진하기에 감히 그들의 음악은 그냥 ‘PREP’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이다.


'PREP’은 Llywelyn Ap Myiddin 르웰른 압 밀딘(키보드), Guillaume Jambel 기욤 잠벨(드럼), 댄 래드클리프 Daniel Radclyffe(기타 및 프로듀싱), Tom Havelock 톰 헤브록(보컬)로 이루어져 있는데, 재밌는 사실은 한 인터뷰에 따르면 그들은 각자 다른 음악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그들이 가지는 색깔과 스펙트럼은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이지 않을까. 그리고 ‘PREP’의 가장 치명적인 매력은 바로 보컬이다. 처음 이들의 노래를 들으면 보컬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수가 있는데, 이 중성적인 보이스는 ‘PREP’의 음악에 특유의 매력을 불어넣어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한 번 들으면 절대로 헤어 나올 수 없는 신비함이 가득하다.

PLAYL1ST


첫 정규앨범 「PREP」


1. Turn The Music Up

2. Wouldn’t Wanna Know

3. Years Don’t Lie

4. Carrie

5. On and On

6. Pictures of You

7. Don’t Wait For Me

8. The Stream

9. Rain

10. Danny Came Up


'PREP’은 2016년 EP 「FUTURES」로 데뷔, 이후 발표한 EP 모두 주목을 받았지만 작년에서야 첫 정규앨범 「PREP」을 발표하였다. 이전에 나온 노래 모두 정말 거짓 하나 없는 명곡들이지만 가장 ‘처음’이라는 의미에서 이 앨범을 여러분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다. 또,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좋은 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가장 처음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조금의 지루함도 없이 언제 끝이 났는지 모를 만큼의 구성과 스토리 그리고 그들만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그 의미에서 이 앨범은 정말 ‘좋은 앨범’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하나도 빠짐없이 주옥같은 노래들로 가득한 이 앨범이 여러분이 사는 도시 그리고 그 도시를 여행하는 당신에게 꼭 어울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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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살랑이는 봄바람이 불어서인지 요즘 이 도시는 제법 달콤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사실, 이 도시는 멀리서 바라보면 회색빛 그 자체로 보일 것이다. 당장이라도 하늘에 닿을 듯한 높은 빌딩과 올림픽 대로의 교통체증,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득한 미세먼지 등. 이 도시를 대변하는 단어조차도 어쩐지 회색빛이 스며들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도시는 자세히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곳곳에 노랑과 빨강 그리고 녹색이 숨어있으며, 흐르는 강물과 빰에 닿는 선선한 바람 그리고 투명한 햇볕은 언제나 이 도시를 따사롭게 비추고 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고 힘들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생각하기 나름이지 않겠는가. 우리는 그렇고 그런 일상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매일 색다른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그 여행에 이번 PLAYL1ST 플레이리스트가 나와 같은 모든 ‘도시여행자들’에게 조금의 달콤함으로 닿기를 바라며, 나는 매일을 여행같이 살아보기로 해본다.


Editor  김남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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