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OF SOME SEASON

어떤 계절의 우리

  결국 벚꽃의 계절이다. 온전히 즐길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한결 따뜻한 날씨가 주는 묘한 감각이 있다. 어쩌면 몸보다, 옷차림보다 먼저 계절을 알아차리는 것은 소소한 기분들 일지도. 겨울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작년 봄엔 무얼 했는지 가만히 헤아려본다. 곧 다가올 여름과 가을에는. 어떤 계절을 생각하게 만드는 세 편을 꼽았다.


『스노볼 드라이브』 - 조예은

 

  “다 망했으면 좋겠다. 진짜 다 망했으면.”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31번째. 소설은 정말로 다 망한 세상을 이야기한다. 백영시 백영중학교의 백모루와 이이월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피부에 닿으면 발진을 일으키고, 태워야 녹는 눈이 내리는 세상이 배경이다. 사람들은 공황상태에 빠진다. 사람도 세상도 점점 이상해져간다. 한 장면, 한 장면이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끊임없이 나와 주변인들을 대입하며 읽게 된다. 우린 이 디스토피아의 어디 쯤 놓여있는 것일까. 지독한 재난의 계절이 더 이상 소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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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才洲少年』 - 재주소년 1집

 

  2003년 데뷔한 포크 밴드의 정규 1집. 재주소년의 음악은 어떤 계절, 어떤 시간으로 우릴 데려간다. 시간이 지난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앨범 전체적으로 다양한 계절감이 느껴진다. 2번 트랙 ‘눈 오던 날’은 어느 겨울의 풍경, 사랑하는 사람, 고백의 마음, 그렇게 멈춰진 것처럼 다가오는 시간을 말한다. 13번 트랙 ‘사라진 계절’은 여름 새벽을 노래한다. 밤새 놀고 새벽을 맞이했을 때,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런 풍경. 그밖에도 풋풋하고 트랙들이 가득하다. 분명 어느 한 트랙의 모퉁이에서 나를 발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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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 모리 준이치

 

  봄, 여름, 가을, 겨울 4부작으로 개봉한 영화. 여름과 가을편, 겨울과 봄편으로 묶였다. 애프터눈에서 연재한 원작 만화 리틀 포레스트, 하시모토 아이 주연으로 일본에서 개봉한 버전의 리틀 포레스트, 김태리 주연으로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가 있다. 이번 버전은 하시모토 아이 주연의 일본 영화. 그려지는 계절들이 아름답다. 음식은 맛있어 보이고. 그 삶을 이어나가는 이치코는 부지런하면서 한편으론 처절하다. 도시에서 시골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이치코는 나름대로의 노동을 시작한다. 자연에 익숙해지고, 친구를 만나고, 세상과 자신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애쓴다. 빙글빙글 도는 것은 계절뿐만이 아니다. 인간의 삶도. 조금씩 괜찮아 지는 인간의 삶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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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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