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걷겠습니다. 문을 닫은 꽃집입니다. 밖에 내놓은 화초들은 안으로 들이지 않고 쇠창살을 둘러놨습니다. 꽃은 가둬져 있습니다. 저 친구는 제 집에 있는 친구와 같은 친구입니다. 같은 친구라고 하기엔 조금은 다릅니다. 우리 집 스파티는 조금 더 작습니다. 옆에는 율마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스파티의 친구로 율마를 데려왔습니다. 율마는 환기를 잘 시켜주어야 해서 문 열어두면 스파티는 추워합니다. 그렇다고 문을 열지 않고 안에서만 율마를 두면 율마는 뿌리가 썩어 죽고 맙니다. 두 사람 사이의 일이 원만히 해결되길 바랍니다. 장사가 끝난 꽃짚 앞에서 계속 중얼거리니까 동네 할아버지가 이상한 눈초리를 보냅니다. 다시 걷겠습니다. 개나리. 화분에 핀 개나리. 양군. 양군만 보면 고연옥선생님이 떠오른다. 지금은 포차가 되었다. 그 뒤로는 잘 가지 않게 되었다. 석계 쪽에 순천집이라는 곳이 있다. 그곳은 막걸리를 시키면 양은주전자에 담아준다. 그리고 대야에 얼음을 얼려 그 위에 주전자를 올려준다. 그렇게 되면 언제 먹어도 시원한 막걸리가 된다. 전 종류도 맛있고, 무침 종류도 맛있었다. 맛있었나. 무침을 먹을 때는 취했어서 기억이 안납니다. 음, 분위기가 좋다. 사장님이 전라도 분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경상도 분이었다. 경상도에도 순천이 있었나. 갑자기 왜 막걸리 집 이야기를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집 앞 골목으로 갈 수 있는 길은 네 가지입니다. 떡볶이집 옆길, 부동산 옆길, 주점 앞 골목, 밥집 앞 골목. 조금 고민을 해보겠습니다. 녹음을 하니까 좀 새로운 곳으로 가고 싶어서요. 음, 그냥 늘 가던 길로 가겠습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