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L1ST - 너가 꼭 알았으면 해 ; 김오키

Track #15. ’너가 꼭 알았으면 해 ; 김오키’

’평양냉면’


  평양냉면을 좋아한다. 흔히 이 음식을 말하면 호불호 好不好라는 단어가 항상 따라오게 된다. “평양냉면? 그거 호불호 好不好 심한 음식이잖아?”라고 말하는 사람 혹은 평양냉면을 먹어봤지만 도대체 그 심심하고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음식을 왜 먹느냐는 사람도 있지만, 이 음식의 맛을 알게 되면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그런 마성의 음식이다. 심심하지만 깊은 맛을 자랑하는 평양냉면을 먹고 잠자리에 누워 잠을 청해보는데, 어쩐지 입안에서 어떤 감칠맛이 느껴지는 기분이 든다면 당신은 이미 평양냉면에 중독된 것이다. 에디터는 그렇게 지난여름에 평양냉면을 27번이나 먹었다고 한다.


  호불호 好不好가 강한 음식 혹은 취향들은 사람마다 갈리기 마련이지만 너무 동요할 필요는 없다. 그만큼 나 혹은 상대방의 취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일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모두가 똑같이 좋아할 수가 없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그렇다. 음식, 음악, 영화 등. 하지만 결국 그 다른 점들이 있기에 그것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호불호 好不好가 강한 녀석들을 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음식을 이야기할 때에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후자에 속하게 될 때에 묘한 소속감이라든지 팬심이 생겨나서 어깨가 저절로 올라간다고 해야 할까. 딱 평양냉면이 그렇다. 오늘 여러분들께 소개하고 싶은 아티스트도 어쩌면 평양냉면 같은 그런 묘한 매력을 가진 아티스트 일지도 모르겠다.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는” 오늘의 아티스트는 ‘김오키 Kim Oki’이다.

김오키 Kim Oki


  '김오키 Kim Oki’를 표현하는 말들을 너무나도 많다. ‘괴짜 뮤지션’, ‘정규과정을 거치지 않은 색소포니스트’, ‘한국 재즈계의 이단아’ 등. 우리는 꼭 누군가를 이야기할 때에 이런 수식어로 가득 채운 하나의 문장 혹은 단어로 표현하기를 즐겨 하는데, ‘김오키 Kim Oki’라는 사람들 표현하기에는 그릇이 좀 작은 듯하다. ‘김오키 Kim Oki’ 그리고 그의 음악을 한 가지의 무엇이라고 정의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에디터는 생각한다. 그저 그는 그 자체일 뿐이고, 그의 음악 역시 그 자체일 뿐이다. 


  그래도 ‘김오키 Kim Oki’라는 사람을 꼭 표현해야 한다면, 에디터는 그를 ‘이야기꾼 Storyteller’라고 말하고 싶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재주가 좋은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의 음악에는 난해한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울부짖음에 가까운 색소폰 소리를 가만히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릴 때도 있지만 그 역시도 그가 꼭 말하고 싶은 이야기 중 하나일 것이다. 어쩌면 그의 이야기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잔잔하게 이야기를 할 때도 있으면 격정적으로 이야기를 할 때도 있듯이, 그의 음악은 우리의 이야기를 많이 닮은 듯한데 그것은 우리가 같은 세상에 살고 있어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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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솔직한 심정은 그의 모든 음악을 다 들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지만, 그것 역시 억지스러운 부분일 수도 있기에 에디터 본인이 지극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앨범 4장을 소개하려고 한다. 각 앨범 모두 하나같이 ‘김오키 Kim Oki’스러운 앨범들로 마치 평양냉면을 처음 먹었을 때의 느낌, 그러니깐 한입 먹을 때마다 고개를 갸웃갸웃하지만 계속 끌어당기게 하는 알 수 없는, 자기 전에 생각이 나서 다음 날 또 먹게 되는 헤어 나올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앨범들을 만나보자.


정규앨범 「새턴메디테이션」


누웠다, 그대로.  

가끔 울지만 마음이 조금은 낫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들과 

원치 아니함에도 이미 와버린 것들.  

그 와중에 마음의 중심을 잡으며, 

이 와중에 많이 울었다.  

마음이 전혀 좋지 아니하다. 

잊었다고 지나갔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꿈을 마치고 깨어난 직후일 뿐, 

머리까지 가득했다, 가득하다. 

좋아하는 형제 둘의 노래를 듣고 이것이 

다시 시작인지 정리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다시 일어나 앉았다.


성자 조야표도르미하일로비치개돈만스키, 김오키 Kim Oki의 말.

정규앨범 「포 마이 엔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언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가장 어려운 일이다. 이별했을 때 오는 상실감 그리고 공허함은 도무지 견디기 힘들어 나를 갉아먹는 듯한 기분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아픔을 위로하고 같이 이야기하는 앨범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정규앨범 「Everytime」


그의 음악은 늘 변화무쌍하다.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 하고 또 반드시 이루고야 마는 ‘김오키 Kim Oki’와 그가 사랑하는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한 이 앨범은 놀랍게도 “김오키의, 김오키를 위한 그리고 김오키에 한” 오로지 ‘김오키 Kim Oki’ 그 자체이다. 척박하고 살기 힘든 세상이지만, 음악과 사랑으로 이겨내자는 그의 말처럼 “고고띵!” 해보자. 

프로젝트 앨범 「윤형근 Yun Hyoung-Keun」


PKM 갤러리에서 제작한 한국 단색화의 거목, 고 윤형근 화백 프로젝트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화백이 자주 사용하던 색을 제목으로 한다. 김오키의 베이스 클라리넷 솔로 후광 Halo을 기반으로 피아노가 더해지면 청색 Ultramarine으로, 더블 베이스와 만나면 다색 Burnt Umber이 되고, 색소폰까지 모든 소리가 모여 청다색 Burnt Umber & Ultramarine이 완성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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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란 무엇인가’


  다큐멘터리 영화 「말하는 건축가」에서 고 정기용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건축가는 한 시대를 걱정하는 사람이다.” 당시 건축학과 학생이었던 내게 그 말은 아주 무겁게 다가왔다.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어쩐지 계속 가슴에 맺히는 말로 남게 되었다. 


  '김오키 Kim Oki’가 일전에 했던 인터뷰 중에서, 본인은 아직 ‘예술가’라는 사람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그에게는 아마 끊어지지 않는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질문일 것이다. 또 그것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고 한들 앞으로 살아가면 계속 그 의미를 변할 것이고, 보이지 않는 알 수 없는 책임감도 생겨나는 것이 사실이니 어쩌면 정의를 내리지 않는 상태로 두는 것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예술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면, 에디터는 이 시대를 걱정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시대정신같이 꼭 거창한 수준이 아니더라도 이 시대를 걱정하고 또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예술가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김오키 Kim Oki’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예술가 중 하나이다. 그는 이 시대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이자 그것을 거침없이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재주가 아주 좋은 이야기꾼 Storyteller, 또 우리에게 늘 ‘사랑 Love’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랑의 전도사이기도 하다. 이제 당신은 분명 ‘김오키 Kim Oki’라는 예술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자기 전에도, 양치를 할 때도, 출근을 할 때도, 시도 때도 없이 그의 음악만을 찾게 될 것이다.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는” 그의 음악과 함께 여러분들에게 사랑이 닿기를 바라며, 내일도 고고띵!


Editor  김남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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