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캐니 밸리>가 시작하면 가장 눈에 띄는 건 무대 중간에 앉아있는 독일 베스트셀러 작가 토마스 멜레와 똑같이 생긴 로봇이다. 연극은 로봇(토마스 멜레)이 ‘불안정성의 문제’에 관한 주제를 강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로봇은 토마스 멜레의 자전적인 이야기, 특히 그가 자신을 통제할 수 없던 원인인 조울증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멜레는 문학, 즉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규정하길 바랐다. 그렇지만 그는 통제될 수 있는 완전한 존재인 로봇을 관객 앞에 내세웠다. 다음으론 멜레가 자신의 작품의 소재로 삼고자 했던 앨런 튜링의 이야기가 나온다. 멜레는 그가 “일종의 아주 비극적인 컴퓨터”라고 말한다. 현대 컴퓨터의 알고리즘 시초를 발명한 앨런 튜링은 자신이 만든 이미테이션 게임에 역으로 공격당해 죽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계와 기술을 통해 자신을 더 나은 존재로 만들었다. 그것이 타의이든 자의이든, 나를 나라고 자기 지시를 위해, 더 온전한 존재가 되기 위해.
토마스 멜레를 복제한 로봇의 생김새와 몸짓은 아주 익숙하게 느껴진다. 동시에 그 풍경은 아주 이질적이다. 화면은 종종 수많은 선들로 연결되어 있는 로봇의 후면을 비추고, 이러한 생경한(uncanny) 교차로 인해 관객들은 끊임없이 사유하게 된다. 로봇과 우리가 다른 것은 무엇인가? 로봇이 복제품이고 인간이 원본이라면 그것을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인간인 건 오로지 “불규칙성” 때문인가? 일에 매몰되어 기계화되어 살고 있지는 않나? 효율성과 생산성만 따지며 인간성을 잃지는 않았나? 이러한 질문들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궁극적으로 나는 누구인가?
결국 연극의 중심은 ‘인간’이다. 연극의 주제, 연극을 하는 주체, 연극의 대상은 모두 인간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예술이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다 불완전한 존재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겁의 시간동안 연극-예술을 통해 인간을 알고 싶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을 정의하기에는 망설여진다. 연극 <언캐니 밸리>는 생경한 감각으로써 다방면을 사유할 수 있는 공연이다. 우리는 이미 세상에 던져졌다. 이제는 당신이 스스로 답할 차례. 짙어진 비대면의 문명 속에서 당신은 어떠한 인간이길 선택할 것인가?
<언캐니 밸리>는 3월에 진행된 공공예술 프로젝트 ‘가상정거장’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진행되었다.
*이미지 출처 - www.rimini-protokoll.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