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E OF OLDER BROTHERS 

형들의 취향

  형들의 문화를 동경했던 시절이 있었다. 좋은 취향을 가지고 있는 형들이 듣는 음악부터 옷, 신발, 취미까지 모든 것이 부러웠다. 정보력과 주머니 사정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았고, 나의 취향이란 것은 형들을 따라하다가도 매번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멈춰버렸다. 그들과 함께 일하게 되면서, 내가 동경했던 그들의 나이에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웹을 통해 이루어지던 취향 공유가 아닌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삶에 관한 이야기. 어떤 것들이 삶에 영향을 주었는지 소비 이상의 것들에 대한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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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ueprint』 - JAY-Z

 

  이미 너무 유명한 JAY-Z의 정규 6집. 힙합을 잘 모르기도 하지만 외국 힙합은 특히 다른 우주의 이야기 같다. JAY-Z의 이름은 알고 있지만 제대로 들어본 곡은 하나도 없었다. 형과의 야간 드라이브에서 들었던 7번 트랙 ‘Hola' Hovito’에 꽂혔다. 시원한 바람 속을 달려서 그랬던 것일까, JAY-Z의 음악에 눈을 떴던 것일까. 아직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어쨌든 좋은 음악을 소개 받아 기분이 좋았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6집을 재생시켰다. 어떤 음악을 들었을 때 어떤 풍경이 떠오르는 순간 마음이 충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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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 이노우에 다케히코

 

  그게 진짜 멋있는 만화라고. 형의 한마디에 바로 만화방 문을 열었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에 빠져 살았지만 십대와 이십대의 정보 격차는 어쩔 수 없었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형은 배가본드를 최고로 쳤고, 곧이어 나도 마음 속 만화 랭킹에 배가본드를 올렸다. 치고 박는 것 이상의 철학이 녹아있는 만화이다. 만화에도 철학이 담길 수 있다고 믿게 해준 소중한 작품. 보통의 액션물 주인공들은 적을 베고, 히로인을 사랑하면서 성장을 이루고 무의 극한에 이른다. 하지만 무사시는 누군가를 베는 와중에도 스스로의 약함을 증명한다. 그 과정은 거대한 적이라는 목표보다는 무사시 개인의 혼돈과 번뇌에 맞물린다. 스스로의 강함을 목표로 수련하던 나날들이 더 이상 누군가를 죽이지 못하면 영위될 수 없게 변하는 과정은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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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E Air Force 1

 

  오래 전부터 에어 포스1이 최고라고 말하는 형이 있다. 심지어 몸소 그 멋짐을 보여주고 나 역시 그 멋짐에 설득 당했다. 여유 있는 데님에 에어 포스1을 신는 날엔 마음가짐도 조금 달라진다. 어떻게 활용 하냐에 따라 정말 다른 신발이다. 나의 멋짐 테스트 항목에 ‘에어 포스1을 얼마나 잘 소화하는가?’가 추가했다.

 

그래 서로 존중하면서 오래 잘 지냈으면 좋겠다. 나 역시 좋은 취향을 가진 형이 되기 위해 갈고 닦는 밤을 보내야겠다.


Editor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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