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지키기, 무너진 의자의 세계

  우리가 스스로 온전해질 수 있는 공간을 찾을 수 있을까. 

그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연습을 한다.

Joseph Kosuth, One and Three chair


  걷는 연습 후에는 휴식이 필요하다. 피로는 한밤 중 갈증처럼 불현듯 찾아온다. 좀처럼 쉽지 않던 여정은 손으로 저으면 안개처럼 사라질 것만 같다. 낮에는 따뜻하지만 밤이 되면 추워지는 날씨가 반복되고 있다. 집을 나설 때에는 가벼운 차림을 선호하게 되지만 해가 질 때쯤이면 후회를 하곤 한다. 미리 기온을 확인하면 될 문제지만 막상 나갈 때에는 찾아보지 않게 된다. 쌀쌀한 바람에도 봄이 주는 느낌은 포근해 산책을 하기에 좋다. 걷기 시작하면 늘 다니던 길목을 피하게 된다. 새로운 길을 알아가며 걷는 시간은 긴장되고 쉽게 지친다. 벤치가 보이는 곳에 다다르면 앉고 싶어진다. 의자를 목표로 하는 산책을 상상한다. 의자는 혼자 있고, 처음 의도대로 위치한 자리에서 특정한 사건이 생겨나지 않는 이상 그대로 있다. 존재하는 의자는 쉽게 자리를 피하지 않는다.


  조셉 코수스의 의자는 '하나이면서 셋인 의자'이다. 의자의 모습을 그대로 촬영한 흑백 사진과 의자의 사전적 의미. 그리고 실제 접의식 의자가 동시에 보이도록 연출되어 있다. 실존하는 의자의 외형은 무엇이어도 상관 없어서 전시실에 마련된 의자여도 괜찮았다. 세 개의 의자는 곧 하나의 의자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의자이다. 사전적 정의로서의 의자는 언어로 제시되기에 우리의 뇌리를 스치는 각자의 의자이다. 우리는 어떤 의자를 상상할 수 있을까.

Vincent Van Gogh, Van Gogh's Chair with Pipe


  의자는 부재의 의자이다. 바라보는 시선의 의자는 아무도 앉아있지 않는 의자이다. 내가 앉아있을 땐 전체를 보지 못하고 의자에 '앉아 있다'라고 하는 감각만 남아있다. 의자는 어디서든 무너지고 있어서, 앉아있는 나는 조금씩 주저 앉는 기분이 들곤 한다. 빈 의자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감각이다. 우리의 여정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종착지를 알 수 없는 공간의 지평은 걷는 우리로 하여금 무수한 피로를 준다. 우리의 부재는 세상의 종말이 아니다. 때로는 쉬어갈 수 있는 자리. 우리만의 의자를 상상하는 일. 그것을 위해 우리는 걷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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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오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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