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L1ST - 너가 꼭 알았으면 해 ; 검정치마

Track #17. ’너가 꼭 알았으면 해 ; 검정치마’

  ’이상형 월드컵’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 앞에 서있다. 선택의 순간이 언제나 쉽지가 않다. 내 인생 최고의 난제를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깐 프라이드냐 양념이냐 정말 그것이 문제이로다. 무엇 하나 포기하고 싶지가 않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프라이드도 좋지만, 또 새콤달콤한 양념을 곱게 입은 먹는 양념치킨은 또 얼마나 맛있단 말인가. 이건 죽을 때까지 가장 어려운 숙제로 남게 되지 않을까. 오죽하면 ‘반반’이라는 메뉴가 생겨났겠나 싶다.


  심지어 이렇게 어려운 선택을 이용한 놀이까지 생겨났으니 바로 OOO 월드컵이다. 이상형 월드컵, 좋아하는 음식 월드컵 등. 어떤 주제든 상관없이 A와 B, 두 가지 선택지에서 더 좋아하는 것을 고르는 일종의 토너먼트인 셈이다. 이 놀이는 시대를 풍미했었다. 각종 커뮤니티 그리고 SNS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매일같이 자신만의 OOO 월드컵 대회를 개최했고, 그 결과를 서로서로 공유하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에디터 자신도 있다.


  그래서 이번에 준비한 주제는 ‘좋아하는 가수 월드컵’이다. 아, 그런데 이건 아무래도 개최의 의미가 없는 대회인 것 같다. 에디터에게는 이미 우승자가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일말의 고민도 필요 없으며, 어떤 상대와 붙어도 압승을 거둘 것이 뻔한 내 마음속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 그는 바로 에디터가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 ‘검정치마’이다.

검정치마


  '검정치마’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수이지만, 에디터 본인은 좋아하는 정도에서 정말이지 가슴에 손을 얹고 그 누구에게도 질 자신이 없다. 하루도 빠짐없이 그의 노래를 듣는 것이 당연한 사실이고, 공연도 빠짐없이 갔으며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의 노래에 빠져들었으면 하는 소박한(?) 꿈도 가지고 있는 ‘검정치마 덕후’이다. 그리고 또 이상하리만큼 주변에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인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기-승-전-검정치마’라는 필연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을 정도이니 그의 노래는 내 일상의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여기서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니, 도대체 왜 그렇게 검정치마를 좋아하세요?” 좋아하는 데에는 어떤 이유도 설명도 필요 없지만, 그래도 자타가 공인하는 ‘검정치마 덕후’이니 제법 그럴싸한 대답을 기대하고 있을 여러분들께 지금부터 아주 조심스럽게 그 이유를 말해보려고 한다. 어쩌면 ‘검정치마’를 소개하고 싶은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사실 검정치마는 노래를 잘 하는 가수는 아니다. 특유의 창법 탓인지 혹은 얇은 그의 목소리 때문에 가사도 제대로 들리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것이 어쩐지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노래들보다 더 듣기 좋다고 해야 할까. 자기 목소리를 악기처럼 낼 줄 아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노래를 듣다 보면 아주 다양한 다른 악기들이 등장하는데, 그 악기들과 그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하모니는 이 세상 어떤 연주곡보다 듣기 좋은 그래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정말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그런 아티스트이다.


  또, 이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아티스트이다. 다른 노래들은 그냥 커피라면, ‘검정치마’의 노래는 T.O.P(티오피)랄까. 다른 노래들은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구구절절하다.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이래서 저래서 이러쿵저러쿵 당신을 사랑해.”라고 말하는 듯한 반면에, 검정치마의 노래는 담백하다. “나는 너를 사랑해, 그뿐이야.” 꼭 사랑에 국한되는 가삿말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리고 해석하기 난해한 표현들도 있지만 어쩌면 해석조차 필요 없는 이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아티스트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시리즈 정주행’


  에디터는 스타워즈 시리즈도 굉장히 좋아하는데, 새로운 시퀄 시리즈(에피소드 7, 8, 9)가 개봉할 때면 이 영화가 가지는 세계관에 몰입하기 위해서 개봉일에 맞춰 예전 시리즈를 정주행해서 보곤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오늘 준비한 PLAYL1ST는 ‘검정치마 정주행’이다. 에디터가 ‘검정치마’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들, 또 그중에서도 고르고 고른 ‘검정치마 TOP 5’. 이견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에디터는 여러분들이 만족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왜? ‘검정치마’이니깐.

PLAYL1ST


I Like Watching You Go


   앨범 [201] 수록곡. 우리시대 가장 풋풋한 순도 100퍼센트 인디팝 뼛속까지 다 적셔버릴 가슴 시린 일탈의 사운드.

앵무새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수록곡. 앨범의 이름답게 파도소리로 잔잔하게 문을 여는 이 음반은 지난 몇 년 간 조휴일이라는 뮤지션이 또 다시 성장했다는 결과물로서 강력함과 동시에 검정치마의 음악이 이제는 파레르곤과 에르곤을 통섭하는, '하나의 완전체'로서 스스로를 중심 잡았음을 역설한다.

한시 오분(1:05)


  [TEAM BABY] 수록곡. 인류가 이야기를 멜로디에 실어 부르기 시작한 이래, 대부분의 노래는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 누군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 호르몬은 요동치고 일상은 흔들린다. 어떤 형태로든 그 활화산같은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진다.

EVERYTHING


  싱글 앨범 곡. 뭉쳐진 듯, 아스라히 퍼지는 사운드를 통해 선연한 듯 몽환적이고, 따스한 듯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모든 것이 사랑이고 또 사랑이 모든 것이다.” 라고 얘기하는 검정치마.   그가 이야기 하는 또 다른 사랑의 노래를 들어보자.

맑고 묽게


  [THIRSTY] 앨범 수록곡. 뻔뻔하고 그로테스크한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그럼에도 나에겐 하나같이 다 어쩔수 없는 사랑 노래처럼 들린다. 하긴, 전부 다 내가 지어낸 얘기라고 해도 영원히 알 순 없겠지.


  4월 30일, 검정치마가 새로운 EP 「Good Luck To You, Girl Scout」로 우리 곁을 찾아온다. 원래는 작년 연말에 발매하겠다던 그의 호언장담을 철석같이 믿고 있던 에디터는 기다리다가 목이 빠져버렸지만, 이번에는 또 어떤 노래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기대가 된다. 갑자기 하루키의 단편 소설 제목이 떠오른다.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상상만으로 가슴 설레는 그런 일이 4월의 마지막 날 일어나지 않을까. 기다리고 기다리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새로운 앨범을 만나는 날, 이보다 더 완벽한 하루는 없을 것이다. 빨리 일주일이 지났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나는 ‘검정치마 정주행’이다.


Editor  김남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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