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올라잇!

  

  바쁘게 일상을 살다보면 이따금 수렁에 빠진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쳇바퀴를 도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벗어날 수 없는 공간에서의 갑갑함이 느껴진다. 내 세상이 온통 회색으로 칠해진 것만 같다. 권태로운 나날 속에서 자극을 원할 뿐이다. 애꿎은 알고리즘은 늘 나를 새로운 자극으로 이끌고, 내 행동은 다시 같은 수레바퀴를 순환하게 된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잃어버린 영혼>은 일상의 궤도에서 영혼을 찾으려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다.


  그림책은 이런 내용이다. “일을 아주 많이, 빨리” 하던 어떤 사람이 출장길 호텔방에 머무르던 중, 잠에서 깨어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숨이 턱 막히는 듯 하고, “몸속에 이미 어떤 사람이 없는”듯한 기분을 느낀다. 그는 욕실의 거울을 통해 자신이 연기처럼 뿌옇게 변해있음을 깨닫는다. 다음날 그가 찾아간 현명한 의사는 그에게 ‘영혼을 잃어버렸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의사는 나름의 처방을 내준다. 영혼의 시간은 아주 느려서, 편안한 장소를 찾아 영혼을 기다려야 한다고. 그리하여 그 사람은 도시 변두리의 작은 집에서 영혼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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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친구들과 함께, 지난 3월 <잃어버린 영혼>을 연극으로 재창작하였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사실 이 책의 전언은 너무 빠른 세상의 속도에서 자신의 속도를 찾는 것, 즉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조우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뭔지 재고하고, 그것을 토대로 선택하는 것. 자신이 생각하는 실체와 같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만의 언어로 연극 <잃어버린 영혼>을 ‘자신만의 방(공간)을 찾는 것’이라 정의했다. 연극은 단 한 명만의 관객을 위한 것이었다. 온전히 자신만의 공간에서, 기다림의 순간을 기다리며, 시간을 음미하기 위해서 말이다. 나만의 공간을 영위할 수 있다면 나만의 시간- 일상도 보장되는 것이니까.


  마지막으로 영혼을 잃어버리지 않을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우리가 권태로워 하고 지루함을 느끼는 것은 일상에서 자신이 지워졌기 때문은 아닐까. 시간은 계속 진보하고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살필 겨를이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공간을 꾸미든, 카페에 가서 좋아하는 소설책을 읽든, 각자만의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영혼은 되돌아오지 않을까?


사진출처(@yoonkwanheee)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보다 확대된 이미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작 책에서 영혼과 사람이 대면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흑백 배경에 색채가 번진다. 연극 <잃어버린 영혼>의 본무대에 세웠던 집도 극장의 다양한 조명과 사운드에 따라, 우리가 삶에서 사계절을 겪는 것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찬찬히 경유했다. 실제로 우리가 창밖을 내다본 풍경도 비슷하다. 무기력한 봄을 지나 생기로운 여름으로 진입하는 이 시점에서, 나는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과 안정감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누군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면, 세상은 땀 흘리고 지치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로, 그리고 그들을 놓친 영혼들로 가득 차 보일 거예요...”


Editor  정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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