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 OR NEAR

멀거나 가깝거나

  어떤 이야기는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고, 어떤 이야기는 마치 내 이야기인 것처럼 매우 가까이 붙어있다. 각기 다른 거리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재미도 다르다. 근처 서점으로 산책가기 좋은 따뜻한 계절이 오고 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흔한 말이 있지만 독서는 어느 계절에 해도 좋은 것. 어쨌든 재미가 있어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다는 것. 전혀 다른 거리와 재미들을 지닌 일본 소설 세 편을 정리했다. 매운맛, 중간맛, 순한맛으로.


『그로테스크』- 기리노 나쓰오

 

  ‘그로테스크’는 1997년 ‘동경전력 여사원 매춘부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쓰였다. 작가는 당사자에게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지 가설을 세웠고, 여기서 소설이 시작된다. 불행한 운명을 걸어가는 인물들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일품. 통제되지 않은 목소리들은 각자에게 유리한 대로 사건을 이야기한다. 구술부터 수기, 매춘일기, 기소장, 진술서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진술이 엇갈리는 장면에서 인물들의 개성이 강해진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촘촘하게 맞물리고 그 과정 속에 어떻게 괴물이 탄생하는지 지켜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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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 마쓰이에 마사시

 

  이전에 소개한 적 있는 마쓰이에 마사시의 다른 장편 소설. 마흔여덟, 이혼 이후 독신이 된 편집자 다다시의 이야기. 새로 집을 구하고 수리하는 과정, 집 안의 사물 하나하나가 위치하는 순간들이 담담하게 담겨있다. 새로운 동네에 하나의 공간을 구축하고 다시 과거의 누군가와 조우하는 장면들이 매력적이다. 일상 속의 가벼운 불안과 조금의 기쁨 그리고 한 명의 인간이 다시 살아가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오랫동안 천천히 읽기 좋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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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믿고 읽는 작가 오쿠다 히데오. 달고도 쓴 청춘을 보고 싶다면 당연히 읽어야할 소설. 1980년대 도쿄에서 살아가는 다무라 히사오의 이야기이다. 엄청난 비밀이 있는 소설도, 풍부한 묘사로 가득한 소설도 아니다. 하지만 한 청년의 성장과 그 지점에서 나오는 소소함이 있기에 특별하다. 시간적, 공간적 배경은 다르지만 우리가 밟아가는 삶의 순서와 어딘가 닮아있다.

 

두께만 보고 겁먹지 말자. 몰입하는 순간부턴 시간이 삭제되는 마법을 보게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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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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