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작 임터뷰, 디렉터 이효진

  사람과 사람으로 얽히고설킨 우리들의 삶.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인간관계의 문제는 우리를 매일 고민하게 하며 고독에 빠지게 한다. 해답을 내리기 위해 다른 직업에 비해 더욱 많은 사람을 마주하는 직업, FAKE MAGAZINE 디렉터 이효진 씨를 만나서 얘기를 나누어 보았다.


  그날은 너무 일찍이 찾아 왔던 여름 날씨였다. 햇볕은 뜨거웠고 오르막길이 불쾌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미세먼지 한 점 껴있지 않던 날씨였던 터라 루프탑 카페에서 보이는 야경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오랜만에 여유를 느끼게 해줬다. 도착하고 10분 뒤 멀찍이 효진 씨가 보였다. 멀리에서도 뚜렷하게 보였다. 진한 이목구비와 묶은 머리 그리고 양쪽 팔에는 타투로 가득 차 있어 처음에는 무섭게 느껴졌지만, 가까이서 보니 손톱에는 아기자기한 검은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어떤 사람인지 첫인상으로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없던 터라 ‘어떤 사람일까?’라는 궁금증을 안은 채 간단한 안부를 물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동시대를 사는 26살 효진 씨는 어떤 직업 가졌는지 궁금했다.


  이효진 : 막상 얘기하자니 부끄럽네요. 뭐 이것저것 하고 있어요. 한 가지만 콕 집어서 얘기하기에는 현직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 피해가 갈까 직업을 얘기할 때 항상 조심스러워요.


  FAKE MAGAZINE의 디렉터이자 ATMOS SEOUL에서 일하는 그는 인터뷰를 진행자로 참여한 적이 많았지 인터뷰를 요청받은 적은 처음이라며 부끄러운 듯 보였다. 마치 짝사랑하는 소녀처럼.


  에디터 임찬영 : 어쩌다 매거진 일을 하게 됐나요?


  이효진 : 유럽여행 중에 길거리를 걷다 유독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 광경이 멋있어 한참을 넋 놓고 보다가, 뭘 그리는지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갔는데 생각보다 큰 전문성이 없어 충격이었죠. ‘일의 전문성보다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일에 진정성을 다하면 그걸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그 뒤로 한국에 돌아와 정말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많이 던졌고, 좋아하는 일을 찾고자 많은 도전을 했다고 한다. 그때의 터닝포인트로 인해 FAKE MAGAZINE 디렉터까지 오게 된 것이 확실하다고 느낀다. 사람들이 넓은 안목을 위해 여행을 간다고들 하던데, 부러운 마음에 ‘나는 언제 가보나?’라는 딴생각을 하다 질문을 다시 이어나갔다.


  Fake magazine에서 디렉터를 맡은 그는 누구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날이 많으리라 생각했다. 분명히 그만의 대인관계에는 특별한 레시피가 있을 거라고 확신하며 대인관계에 대해 여쭤보았다.


  이효진 : 솔직하게 얘기하면 예나 지금이나 대인관계는 너무 어렵고 종잡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누군가와 만날 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게 행동하려 해요. 하지만 매번 신경을 쓰더라도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기는 힘들죠. 그래서 요즘은 누군가 나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를 한다는 것을 들어도 그냥 그러려니 해요. 나한테 관심이라도 주는 게 어디에요? (웃음)


  이러한 대답으로 효진 씨의 검은색으로 칠 한 손톱이 보여 이것도 관심을 끌기 위해 하신 건가요? 라고 물어보자 효진 씨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맞다고 대답해줬다.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던 효진 씨도 많이 풀어진 것처럼 보였다.

  에디터 임찬영 :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면 효진 씨를 안 좋게 보는 사람도 뒤에서 호박씨를 까는 사람도 있을 터인데 그런 얘기를 들을 때 마인드 컨트롤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이효진 : 신경 안 써요. 대부분 그런 사람은 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지금 당장 물질적으로 잘 나가고 그런 건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고 있기에.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별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더 열심히 살아서 하루빨리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들에게 베풀 생각뿐이죠.


  이러한 대답에 찬바람이 목 뒤를 스치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만남 뒤에 누가 내 호박씨를 까지는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하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효진 씨와 나눈 얘기 중 ‘내가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저절로 신경 쓰지 않게 돼요.’라는 말이 위로되는 동시에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가? 스스로에 대한 물음에 선뜻 답을 못 내렸다. 남은 반성은 집에 가서 하기로 하고 인터뷰를 계속 이어나갔다.


  에디터 임찬영 :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끌어내는 화법이 따로 있나요?


  이효진 : 우스갯소리로 끝말만 따라 해도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SNS에서 떠도는 좋은 남자친구처럼 말이죠. 이처럼 경청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상대방이 말할 때는 잘 안 자르려고 하고 무슨 얘기를 했는지 최대한 이해한 다음 신중히 대답하고, 상대방이 얘기하면 호기심 가득한 자세로 경청을 하고 있어요.

  아는 얘기만 나오면 입이 근질거리는 나와 다르게 효진 씨의 젠틀한 태도는 부러웠다. 어느새 시간은 흘러 아침에 보았던 따듯했던 주황빛의 햇살은 어느새 차가운 색으로 변해갔다. 매일 보는 자연스러운 광경이었지만, 그날따라 다른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인간관계도 해가 지고 떠오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아닐까 하고.


  이 질문을 마지막으로 인터뷰가 끝났다. 같이 담배를 피우며 ‘효진 씨는 어떤 꿈을 꾸고 있으세요?’라고 가볍게 물었다. 그는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르기에. 30살까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려고요.’라고 웃으며 얘기했다.


  ‘30살 전까지 하고 싶은 거 할거에요’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짊어지고 있기에 무의식적으로 나온 행동인 거 같다. 20대의 삶은 물질적인 것에 서두르게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게 뭘까? 즐길 수 있는 일은 뭘까? 이에 대한 답을 내리기에 집중할 수 있는 나이가 20대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이렇게 우리의 만남은 끝이 났다. 오랜만에 본 터라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서로 간의 스케줄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다소 무서울 수 있는 효진 씨의 인상이 이제는 부드럽게만 느껴진다. 누구보다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태도에 한 번 반하고, 좋아하는 일에 열정 있게 사는 모습에 두 번 반하게 됐다. 그의 대인관계에 대한 라이프스타일을 나도 따라 할 수 있을까?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 ‘에라 모르겠다’라는 말을 내뱉고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Editor  임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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