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은 작품 속의 여유로운 세계와 현실 사이를 분리하기도 하고 연결하기도 한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선이 공간감을 형성하며 자연스럽게 작품과 감상자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The Island> (2020)와 <Panorama> (2020) 속 일광욕을 즐기는 여성들은 마네(Manet)의
<Olympia> (1863)나 티치아노(Titian)의 <Venus of Urbino> (1534)와 같은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고전 작품 속 인물들은 감상자를 도발하듯 마주 보는 반면, 가드너가 그려낸 인물은 오히려 등을 돌려 누워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감상자와 인물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는 동시에 더욱 내밀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순간의 장면으로 감상자를 초대한다.
가드너는 이와 같은 구성을 통해, 미술사의 낯익은 소재들과 작가 본인의 경험을 엮은 복합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작가가 해변에서 휴가를 즐겼던 기억을 담은 <Sunbathers> (2019)는 피카소(Picasso)의 <Bathers> (1918) 속 여유로운 분위기, 그리고 티치아노(Titian)가 그린 여성들의 고전적인 포즈를 재해석한 것으로, 현대적인 시각으로 미술사적 소재들을 해석하는 가드너의 탁월한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가드너가 그려내는 작품 속 세계는, 감상자에게 친숙하면서도 낯선, 그리고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다각적인 공간으로 존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