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시 항상 휴대하는 폴라로이드는 그에게 포착된 이미지와 풍경 - 주로 미국 서부 등을 여행하며 마주한 황량한 광경 또는 평온 하고 한적해 보이는 교외의 모습들 - 의 아스라한 기억을 스튜디오에 붙잡아 두기 위한 필수 도구이다. 마치 채집하듯 수 백번 촬영하고,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거치며 평범해 보이던 풍경엔 작가의 새로운 시각이 투영되고 고유한 기법으로 분할되어 종국에 캔버스에 이식 된다. 물론, 여기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반 덴 브룩 특유의 회화적 접근법이다. 빠른 붓놀림과 오래 고심한듯한 구도가 한데 어우러지며 만들 어내는 독특한 색감과 장면은, 단순한 듯하면서도 일상의 언어로 형용하기 어렵다. 그 안에 서린 서정성과 미적 양식은 명료하게 설명하거나 전달하기 어렵기에 더욱 신비로운 생명력을 가진다. 어떠한 정치적 함의나 사회적인 메시지로부터 자유로운 그의 작품들은, 순수회화가 가진 고유의 가치와 궁극적 지향점에 대해 되새겨 보게 한다.
'현대 전원시적 풍경'이라는 부제가 붙어도 좋을 만큼 이번 전시는 작가의 시선에서 자연과 건축 구조물의 하모니를 유려하게 포착 해낸 신작들이 다수 등장한다. 채도가 높은 선과 면의 두드러짐, 화면을 역동적으로 분할하는 선연한 크랙(crack) 등 함께 전시 중인 추상적 이고 강렬하며 관념적인 작품들과 달리, 여기선 문득 그의 따스한 시선과 여유로움이 베어난다. "작품을 창조한다는 것은 세계의 창조이다" 라는 칸딘스키 Wassily Kandinsky (1866-1944) 의 선언은 한 세기 가까운 시간의 간극을 넘어 반 덴 브룩의 작품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진으로 포착되었던 장면, 폴라로이드 특유의 색감과 비명료성은 비로소 그의 미감과 해석에 어우러져 전혀 다른 감도의 세계를 창조해내 고, 근간의 현대미술 풍토에서 흔히 경험하기 어려운 차원 높은 '목가적 감상의 고양'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도시의 기능적 구조물을 새롭게 해석하는 보더(Border), 크랙(Crack)과 같은 대표적 시리즈들과 더불어,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그동안 포착했던 이미지와 풍경을 기반으로 한 신작을 대거 소개하니 많은 관심과 관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