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떠나온 우리는 어느새 내년의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그날의 당신은 우리가 되어 5월을 만끽할 것이다.
이 문장을 쓰고 나서, 필자는 영화제 속에서 ‘우리’와 ‘당신’의 관계를 생각해본다. 영화관에서 몇 칸씩 띄어 앉은 관객들은 단 한 번도 마주 보지 않는다. 상영 시간에 쫓겨 황급히 들어온 때부터, 스크린 위에 영화가 투사되고 다시 불이 켜지는 그때까지. 더군다나 이젠 마스크로 반쯤 가린 얼굴 때문에 모두가 비슷한 존재처럼 여겨진다. 서로 응시하지도 인지하지도 못하는 존재들을 ‘우리’라고 규정 지을 수 있을까?
올해의 전주는 그렇다고 말한다. 골목 한 귀퉁이를 스크린 삼아 거리에서 영화를 틀 때, 그저 스쳐 가는 행인들도 관객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상영 시간보다 일찍 온 관객들을 위해 온라인 관객 행렬이란 자그마한 이벤트도 진행했다. QR 코드를 통해 관객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고 이름을 부여할 수 있다. 완성된 관객의 분신은 화면에 있는 객석에 앉아 화면 밖의 다른 이들과 마주한다. ‘당신’에 머물던 관객들은 이 순간 ‘우리’로서 서로를 조우하고 인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