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가 않는다. 그 생각들은 하나의 화두로 정리하기에는 다소 억지스럽다. 일단, 땅 소리와 함께 생각이라는 것이 출발하기 시작하면 몸을 웅크려 숨어있던 ‘오만가지’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후회와 그리움, 연민, 자책, 슬픔, 분노 등. 주제와 장르는 흥미진진하리만큼 다양하다. 연결고리를 끊어내면 생각도 멈추겠지만, 이것들은 그것조차 내 머릿속을 가득 메운 자욱한 안갯속에 가려져 있기에 그러기조차 쉽지가 않다. 내가 살아온 시간 만큼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행여 누가 따라오고 있지 않은가 혹은 발자국 하나라도 남겼을까 하는 마음에 돌아보지만 아무것도 남아있지가 않다. 그럴 리가 없다면서 다시 되돌아서 가보지만 결국 벽조차도 없는 생각의 미로에 갇혀버린 나 자신을 발견할 뿐이다. 나는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애초에 출구 따위는 없는 것이다. 생각이라는 것은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다.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아 아수라장을 만들어 버리지만 너무 동요할 필요 없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그 아수라장에서 진짜 나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을지.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려 집안을 샅샅이 뒤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날 추억이 담긴 사진 한 장이나 예전에 잃어버렸지만 찾지 못했던 것을 이제서야 발견할 수도 있는, 어쩌면 우리는 출구를 찾는 미로에 갇힌 것이 아니라 ‘보물찾기’를 하고 있는 중일 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