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같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격한 공감 혹은 부정을 표하고 싶을 때 자주 쓰는 말인데, 예를 들자면 날씨가 좋은 요즘 한강에 나들이를 가자는 제안을 듣게 된다면 나의 대답은 ‘한강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입니다. 언제부터 이런 표현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말하고자 하는 바의 맛이 잘 표현되는 것 같아서 즐겨 쓰게 된 것 같습니다. 또, 듣는 사람들의 반응도 퍽 유쾌했던 터라 그것을 즐기게 된 것도 한몫을 했던 것 같습니다.
러닝을 좋아합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뛰러 나가는 것입니다. 일하고 돌아온 터라 귀찮기도 하지만, 그래서 당장 침대와 진한 포옹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 크지만 하루에 10km씩 러닝을 한다는 어느 유명 작가의 일상을 따라 하다 보면 그의 그림자라도 따라가 갈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을 굳게 다져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뛰지 않을 이유가 너무 많습니다. 궂은 날씨와 추워진 날씨를 핑계로, 오늘 컨디션을 핑계로, 또 운동복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었지만 지금은 그 뛰지 않을 이유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지금 이 계절은 뛰지 않고서는 진정한 러너 Runner라고 할 수 없을 테니까요.
오늘 여러분들께 소개하고 싶은 PLAYL1ST는 바로 ‘Running Time’입니다. 이 노래들은 극한의 클러치 상황 그러니깐 야구로 따지면 9회 말 2아웃, 농구로 따지면 4쿼터 마지막 1분 1점 차 승부가 이어지는 순간, 나의 러닝에선 숨이 가파 오르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남은 거리를 뛰지 않고 설렁설렁 걸어서 마무리하고 싶어지는 바로 그 순간에 내 다리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마법 같은 음악입니다. 뛰기 전까지는 오만가지 이유와 핑계를 대며 오늘은 뛰지 말까 하는 고민도 해봤지만, 결국 목표한 시간과 거리를 다 뛰고 난 지금, 러닝을 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더 이상 뛰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의 계절도, 또 새로 산 운동복이 마음에 들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이 음악들은 러닝을 할 때 들어야 그만큼 신이 나기 때문입니다. 러닝을 하든 하지 않든 이 음악들의 여러분들의 레이스에서 마법 같은 힘을 가져다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