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작 임터뷰, 짝사랑 이야기

  평소와 다를 게 없는 5월 10일 인사말이 오고 가야 하는 회사아침에 흐름을 깨는 훼방꾼이 있다.  그 사람은 안녕하세요 대신 혼자만의 러브 스토리를 주구장창 늘어놓기 시작했다. 덕분에 고요한 아침은 이미 물 건너 갔다고 생각하여 한 손에 들고 있는 따듯한 카페모카와 함께 그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기로 했다. ‘그녀와의 카톡 답장이 너무 빠르다 이러다 결혼까지도 빠르게 이루어져 애는 둘까지 낳아야겠다는 등 귓가를 간질이는 얘기를 듣다 보니 얘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남은 얘기는 퇴근하고 편의점에서 맥주 한잔 하며 마저 듣기로 했다. 짝사랑 중인 사람을 위해 출근 길에서 흔히 한 두 명씩 보일 것 같은 사람 4명이 모여 시라노 연애조작단 같은 자리를 만들었지만 막상 얘기를 이어나가다 보니 모두들 향수에 젖었는지 서로간의 짝 사랑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자기의 짝사랑 스토리를 얘기 한 사람은 진호씨였다. 그는 전 직장에서 4년간 짝사랑을 해왔다고 했다. 짝사랑 했던 그녀는 회사 내에서 유독 나한테만 툴툴 맞게 행동한 그녀였지만 뒤에서 남들 모르게 챙겨 주는 모습에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어 지금도 헤어나오지 못한다고 한다. 그 사람을 짝사랑을 한지 3년쯤이 됐을 때는 술자리에서 고백도 해봤다고 했다. 물론 그 결과는 처참했기에 지금에도 짝사랑으로 남아있지만 후회는 없다고 한다. 곧 그녀의 결혼식이라고 한다. 우리들한테 청첩장을 보여주며 그녀 집에 보일러라도 놔 줘야겠다고 씁쓸하게 얘기했다. 


  진호씨한테 짝사랑이란 단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이진호 :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에요. 이뤄지면 짝사랑인가요 안 이뤄져야 짝사랑이지. 


  진호씨는 꼬깃해진 청첩장을 가방 안으로 집어넣으며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한숨을 내뱉으며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몇 분간 정적이 흐른 뒤 두 번째로 얘기를 꺼낸 사람은 시우씨였다. 

  시우씨는 삼각관계도 아닌 무려 사각관계를 경험했다고 한다. 시우씨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교회의 그 여자는 시우씨의 친구를 좋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친구가 좋아했던 여자는 날 짝사랑 중인 여자였다. 이러한 사각관계는 교회에 소문이 퍼지고 퍼져 그 넷은 점점 어색한 환경의 옥죄어 왔지만 시우씨는 굴하지 않고 오직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결국 그녀의 선택은 시우씨 친구였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그가 얘기할 때 옆에서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란 음악이 들리는 듯 했다. 결정이 난 그 이후에 시우씨는 열등감이 났는지 날 좋아하던 그녀와 연애를 했고 1년 뒤 군대 때문에 만남의 결실을 맺어야 했다. 여기서 끝났어야 하는 이 사각관계는 시우씨가 헤어진 몇 주 뒤에 소식이 들려왔다. 시우씨의 친구와 헤어진 그녀와 사귀고 있다고 그 얘기를 마지막으로 끈질겼던 이 사각관계의 이야기는 마무리 됐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아직도 그녀와의 추억은 아름다웠다고 담담하게 내 뱉었다. 이렇게 꼬여도 단단히 꼬인 시우씨의 짝사랑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김시우 :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갔다. 짝사랑을 안 해봐서 혹은 사각관계를 안 겪어봐서 그런가 뭔지 모르겠지만 시우씨의 입 꼬리가 그날따라 더 내려간 듯 보여졌다.


  애기를 하다 보니 밤이 찾아왔다. 요즘에는 일교차가 커서 바람이 쌀쌀하게 느껴졌지만 다시 산 맥주를 들이키고 나서는 언제 추웠냐는 듯 깊은 밤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얘기를 이어나갔다.


  마지막으로 짝사랑의 현재 진행형인 경민씨가 얘기를 꺼냈다. 경민씨가 짝사랑을 시작한지는 얼마 안됐다고 했다. 그녀의 카톡을 주고 받으며 나한테 관심 없는 걸 알면서도 연락이 올 때 마다 뛰는 그의 가슴은 부정맥이 걸린 것 같다고 한다. 경민씨한테 짝사랑은 3달이상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누구든 그와 3번 이상 만남을 가지면 자기에게 넘어올 거라는 확신에 찬 그의 모습은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용기 있게 보여진다. 그런 그에게 짝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이경민 : 저에게 짝사랑은 없었어요. 내 마음을 표하고 안되면 포기 하는 게 사랑 아닌가요?  


  여기 있는 넷 중에 사랑에 대한 미련이 제일 없어 보였다. 사랑에 오직 직진뿐인 그의 모습에 다른 3명은 뒤통수를 맞은 듯 눈이 켜지며 말을 잊지 못했다.


가는 길에 나 또한 유년시절의 사랑이 떠올랐다. 손만 잡아도 온몸에 전기가 흘렀던 풋풋한 감정을 주었던 중학생 때 만났던 그 소녀한테 DM을 보내본다. 


역시 좋은 추억은 훼손시키지 않은 채 그대로 담으려고 하는 게 제일 좋은 거 같다.


이불한테는 미안하지만 오늘 밤에는 씻지도 않은 발로 세게 걷어 차야지 내 마음이 풀릴 것 같다.   


이 애기는 지극히 평범한 회사원들끼리 얘기하는 사랑얘기다. 겉보기의 우리들의 삶은 평범할지 몰라도 돌이켜 보면 자기인생의 주인공은 역시 자기자신이란 걸 알 수 있다. 우리들의 사랑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을 것이다.



@photo by 임찬영


Editor  임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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