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잔느와 시몽이 좇는 ‘현재’와 나왈이 쌍둥이에게 유언을 남길 수밖에 없었던, 즉 나왈이 평생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장면들이 교차된다. 과거 나왈은 잔느와 시몽을 낳기 전 종족분쟁으로 잃어버린 아들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나왈은 15년 이상 지속된 전쟁(레바논 내전)을 마주하고 나왈은 그 과정에서 감옥에 들어가 강간을 당한다. 잔느는 엄마 ‘나왈’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 전쟁의 폭력과 역사와 마주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고통을 겪어야 했던 엄마의 기억까지.
극의 초반에 대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잔느는 강의 시간에 그래프 이론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있다. A부터 E까지 명명된 꼭지점으로 이루어진 다각형 K안에서, 이것을 가족의 평면도라고 치자면, 꼭지점에는 가족 구성원의 이름이 들어간다. 가령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딸 아들. 이 평면도에서 꼭지점들이 보고 닿을 수 있는 점은 한정적이다. 하지만 호를 그려 평면도 위에 가시성 그래프를 그린다면 얘기가 달라질지도 모른다.
나왈의 할머니 나지라의 말처럼 나왈이 “읽고 쓰고 셈하고 말하는 걸”을 배웠던 것처럼, 잔느 또한 그랬다. 셈하고 읽고 말할 줄 알았던 잔느는 자신의 삶을 구축해주었던 명확한 기하학으로부터 떨어져 엄마의 과거를 좇는다. 그녀의 엄마가 이끈 다각형의 중심으로 가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