닦아낸 물감에서 피는 꽃, 세라핀 루이스

  프랑스의 화가인 세라핀 루이스(Seraphine Louis, 1864~1942)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양몰이로 지냈다. 이어 수도원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세라핀은 아픈 몸으로 인하여 이 집 저 집을 옮겨 다니며 가정부를 통해 생계를 유지했다.

  일이 끝나고 난 뒤 찾아온 밤은 세라핀에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언제부터 그림을 그렸는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세라핀은 노동 삯으로 물감을 사서 종이를 촛불에 비춰가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910년대 초 루소와 피카소를 발굴했던 미술사가 빌헬름 우데에 의해 세라핀의 그림이 발견되었다. 세라핀은 어느 정도의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신분열증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그는, 말년을 그곳에서 보내던 중 삶을 마감했다.

  세라핀의 초기 그림의 방향성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꽃, 나무, 들풀 등을 통해 소박한 자연을 보여주고자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라핀이 만들어낸 세계는 조금 더 인상적이다. 세라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꿈틀거리는 것만 같은 생동성이 느껴진다.


  그것을 뒷받침하며 따라오는 강렬한 색채의 조화는 자기만의 독특한 형식을 이뤄냈다고 믿게 끔 만든다. 가난했던 삶 속에서 세라핀이 주목하고자 했던 세계는 조금 더 디테일하다. 정물과 화초를 위주로 그렸던 그는, 대상을 이루는 주변을 보여주지 않는다.

  "저는요 슬플 때는 시골길을 걸어요. 그리고 나무를 만지죠. 새와 꽃, 그리고 벌레에게 말을 해요. 그러면 슬픔이 사라져요." -영화 '세라핀'의 대사 중 일부


  세계에는 대상과 대상을 바라보는 '나' 뿐이다. 타이트하게 보여지는 세라핀의 시선에서 우리는 조금 더 움직이는 것만 같은 그의 압도적인 세계를 엿볼 수가 있다. 대부분의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이 그랬겠지만 당시 세라핀 또한 '일요작가', 나이브 아티스트로서의 비판을 피할 수가 없었다.


  정규 교육과정을 받지 않은 채로 작업을 하는 작가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시대를 끌고 가던 다양한 작가가 있다. 그들의 세계는 주류이고 카테고리화가 되어있다. 비주류의 시간은 아득할 만큼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에 몰두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그 시선을 계속해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ditor  오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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