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L1ST - 고요한 항해

Track #23. '고요한 항해’

  이 고요한 밤이 좋습니다. 침대에 기대어 가만히 누워 피워놓은 인센스의 향을 맡으며 이 고요 속에 파묻히는 것이 어쩐지 즐겁기까지 합니다. 출처를 모르는 생각 한 가지를 붙잡아 두기로 해봅니다. 그 생각을 우주비행선 삼아 끝없이 펼쳐진 우주를 항해해보는 것입니다. 발칙한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지나간 후회와 미련도 꺼내어보고, 딱 미간이 살짝 찌푸러질 만큼만 고민을 해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일. 어쩌면 이것은 지독히 고독한 항해이며, 침묵만이 흐르는 이 시간이 광활한 우주를 표류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어디든 다다를 테니까요.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수다를 떠는 것도 좋을 테지만, 지금은 방해받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은 그저 혼자이고 싶습니다. 외로움을 자처하는 일은 절대로 아닙니다. 나는 그냥 이 ‘고요함’이 좋을 뿐입니다.


  누군가에게나 고요함과 어울리는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지나치고 어울리게 되지만 꼭 그것만이 내 하루의 전부는 아닙니다. 혼자 보내는 이 시간도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기에 오늘은 ‘고요한 항해’를 돕는 길잡이 같은 PLAYL1ST를 준비했습니다. 그 어떤 것에 방해받지 않고, 그저 가만히 방안 가득 퍼진 고요함을 즐기고 싶다면 지금 이 PLAYL1ST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자, 그럼 이제 곡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다른 행성으로 가는 ‘고요한 항해’를 시작해봅시다.

PLAYL1ST ; 고요한 항해


1. 2단지 - 내가 잠에서 깨면 구워 먹어줘

2. 우효 - Enough

3. Lovet - Call Me

4. Satchy - Comfort

5. CHS - 땡볕 Too Much Sunshine

6. MONDO GROSSO - 1974 Way Home

7. Mokyo - Hold

8. 김오키 - 문제없어요 No Problem

9. 백현진 - 여기까지

10. Current Joys - A Different Age


P.S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고요한 항해는 추억에 빠지기 쉽습니다. ‘아, 그때 내가 그런 선택을 했더라면 달라졌을까?’하는 귀여운 후회부터 옛사랑의 감정에 취해서 연락하지 말아야 하고 이름도 언급해서는 안 되는 사람에게 ‘자니?’라는 메시지를 보내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으니 부디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살포시 덮어두시기를 바랍니다. 이 항해는 오로지 고요함을 위함을 잊지 마세요.


Editor  김남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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