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BACK AND STOP

돌아가서 멈추기

  물리적으로 흐르는 시간도 있지만 나의 안쪽에서 조금 다른 방식으로 흐르는 시간도 있다. 걱정과 함께 먼 미래로 나아갈 때도 있고, 기억과 함께 희미한 과거로 돌아갈 때도 있다. 어떤 방향도 그렇게 정확하지 않다. 다만 순간 쥐어지는 감정에 집중하다보면 모든 게 멈춘 기분에 도달한다. 그런 기분을 들게 하는, 그런 주인공이 있는 들을 거리, 읽을거리를 모았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보다 확대된 이미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Kuuchuu Camp(공중캠프)』- 피쉬만즈(Fishmans)


  스마트폰을 바꿨다. 몇 년 만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등록했다. 음악에 흥미를 잃은 지 꽤 오래됐고, 무엇을 들어야할지도 몰랐다. 자우림을 몇 곡 듣고 피쉬만즈를 검색했다. ‘Kuuchuu Camp(공중캠프)’ 앨범 전체를 플레이리스트에 올렸다. 적당한 온도의 1번 트랙을 듣고 있으니 잊었던 기분이 살짝 들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공중캠프를 돌리고 있다. 이전의 앨범들과 다르게 앰비언트 사운드가 강조됐다. 드문드문 내비치는 드림팝 사운드도 즐겁다. ‘Baby Blue’를 틀어주는 카페가 있으면 단골이 됐을 텐데. 올해는 피쉬만즈의 30주년이다. 「영화: 피쉬만즈」와 책 「영원의 피쉬만즈」가 공개된다고 한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보다 확대된 이미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 유희경


  잠시 신이었던 건 무엇일까, 하는 생각으로 매대 앞에서 멈췄다. 시간이 없었기에 그냥 지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물 받았다. 삶에 있어 아름다운, 혹은 아름다울지도 모르는 순간들을 담아낸다. 스친다. 잠시 신이었던 순간은 사라지고 내부에 자리한 어떤 감정들이 남는다. 달디 단 과육을 벗겨내고 씁쓸한 맛이 묻은 씨앗을 핥는 기분. 그렇기에 다시 짚게 되는 시집이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보다 확대된 이미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도쿄 리벤저스』- 와쿠이 켄

 

  타임루프를 이토록 잘 사용한 만화가 있다니. 제44회 코단샤 만화상 소년부문 수상작이다. 프리터로 20대를 연명하던 타케미치가 중학교 시절 여자친구 히나타의 동생 나오토와 악수를 하며 시작되는 이야기. 히나타를 살아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여러 번 과거로 돌아간다. 언제나 도망쳤던 자신의 과거를 바꾸기 위해, 그 과정에서 생겨난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몸 사리지 않는다. 크로우즈 시리즈나 폭음열도 같은 이전의 폭력집단 만화는 결이 조금 다르다. 날 것은 향기 보단 소년의 향기가 짙다. 액션이 아쉬운 점을 제외하면 순식간에 빠져들 수 있다.


Editor  이기원



e-mail   rubisco27@naver.com

instagram  @2gy1


관련 연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