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작 임터뷰, 네이머클로딩 정문오

  우리는 문득 매너리즘에 발을 디디곤 한다. 출근하고, 일을 하고, 퇴근하고, 자고. 보통의 하루가 반복되면 스스로에게 싫증이 난다. 반복되는 생활에 안주하고 있는 내 모습을 지양하기 때문인지, 하루 하루 지루함에 파묻혀 살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은 주위에서도 많이 보인다. 어떤 사람들은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몇몇 사람들은 매너리즘에서 탈출하고자 다양한 도전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둘 중에 선택을 바란다면 후자다. 그래서 오늘도 한 손에 무거운 가방을 움켜쥐고 한 손으로는 땀을 닦으며 삶의 동기부여를 위해 집 문을 열었다.


  인터뷰 장소는 성수역에 위치한 블루어하우스였다. 집에서 꽤나 거리가 있는 편이라 여행가는 기분으로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날씨도 마침 내 기분을 아는 듯, 창문 틈새로 따듯한 빛이 새어 나와 버스에서 2시간의 단잠을 잤다. 그 덕분에 약속장소에 내려 반쯤 감긴 눈과 휘청거리는 몸을 이끌고 블루하우스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갔다. ‘네이머클로딩’, ‘슬리퍼히트비디오’ 브랜드를 하고 계신 정문오 대표님의 손님을 응대하는 첫인상은 점잖고 차분한 모습이었다. 몇 분 뒤 손님이 가시자 마자 포근한 인상으로 맞이해주셨다. 간단한 안부를 물은 뒤 따듯한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브랜드는 언제 시작했는지 그리고 왜 옷을 좋아하게 됐는지를 여쭤보았다.

정문오 : 옷은 어렸을 때부터 일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신발 옷 빈티지 의류들을 좋아했고 빈티지샵에서 빈티지 리바이스 청바지를 모으곤 했었죠. 그 뒤로 대학교에서 옷을 디자인 하는 법을 배워 회사에 디자이너 생활을 하다 내가 좋아하는 옷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2017년에 네이머클로딩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내가 옷을 좋아해서 그런 걸까? 옷에 대해 심도 있게 다가가는 분들을 뵈면 언제 좋아했고, 왜 좋아하게 됐는지를 첫 질문에 물어보는 건 이제 나의 작은 습관이 된 거 같다.


  또한, 이렇게 독보적이고 개성 있는 옷을 어디서 영감을 받아서 만드는지 궁금했다.


정문오 : ‘네이머클로딩'은 군복이나 작업복 등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던 옷들을 연구합니다. 주머니의 크기나 각도 등 쓰임에 있어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런 디테일을 어떤 이유로 만들었는지, 빈티지 제품에서 영감을 얻고 ‘네이머클로딩’ 브랜드만의 분위기로 재해석해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다 갑자기 ‘네이머클로딩’ 브랜드의 옷을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났다. 파란색으로 얼룩덜룩한 디테일투성인 자켓을 보자마자 너는 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파란색 제품에 대한 추억 상기되며 ‘네이머클로딩'의 대부분의 제품이 왜 파란색인지 이유를 여쭤보았다.


정문오 : 입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페이딩(워싱)의 매력을 지니고 있는 데님에 대한 소재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특히나 빈티지 제품에서 좋아하는 것도 데님 제품이어서 빈티지 리바이스나 리 렝글러 등의 데님 제품들을 수집하기도 했었습니다. 


  빈티지를 좋아하시는 게 느껴졌다. 보통의 브랜드 쇼룸 안에서는 빈티지 제품을 잘 팔지 않는다. 하지만 블루어하우스에서는 오래된 군복에서 나는 반가운 냄새와 폴로셔츠의 향기가 코 끝을 찡그리게 만들었다. 반가운 마음에 왜 다른 쇼룸과는 달리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게 된 계기를 여쭤보았다.


정문오 : 빈티지는 옷을 디자인함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옛 것을 가져와서 요즘 스타일로 만드는 게 제 역할이죠. 자꾸 보다 보니 우리가 보는 빈티지들을 고객님들도 같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어 매장 한 켠에 빈티지샵을 샵인샵 형태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뿐만 아니었다. 매장 안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 보니 새로운 레이블의 옷과 소품 그리고 초등학교 때 만들던 고무 동력기가 놓여져 있었다. 이런 것들을 보고 있자니 매번 다양하고 새로운 도전에 대해 두려움이 없으신 것처럼 보였다. 두려움은 없는 걸까?

정문오 : 제가 즐겁습니다.


  답변에 많은 얘기들이 생략됐지만 이말 한마디가 정문오 대표님이 어떤 마음으로 브랜드를 만들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브랜드 옷의 디자인이나 스토리에 대한 설명을 하는 와중에도 얼굴에서 즐거움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애정하고 좋아하는 옷을 만드는 브랜드의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가 궁금했다.


정문오 :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새로운 것도 보여주면서 조금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잘 팔리는 브랜드가 아닌 멋있고 독보적인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인터뷰가 끝난 뒤 새롭게 발매하는 제품에 대해 있는지 여쭤보았다. 대표님은 이번 시즌에 발매할 미니카부품으로 만든 팔찌를 보여줬다. 부품으로 만든 팔찌가 약간 날카롭다며 고민하고 있으신 것 같아 선뜻 한번 차 보겠다고 얘기했다. 착용한 뒤에 보통의 팔찌와 착용 감이 비슷하다는 말을 하는 도중 약간의 힘을 주시고 손목에 있는 팔찌를 꾹 눌렀다. 장난끼 가득한 웃음과 이래도요? 라는 말에 사장님 이렇게 누르면 누구나 아파요 라고 받아 치며 우리는 호탕하게 웃었다. 


  한바탕 웃음이 지나간 뒤 아기자기 한 소품들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소품들마다 스토리는 달랐지만, 공통된 대답은 옷과 같은 이유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소품들이었다. 소품 자체로 공간을 빛내기 위해 별 수 없이 놓인 소품과 달리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이 공간은 다른 매장과 달리 더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매번 고심하며 많은 시도와 도전하는 네이머클로딩은 앞으로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photo by 박유빈


Editor  임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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