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흩어진 것들 이름 붙이기

삶의 흩어진 것들 이름 붙이기 

  - 연극 <악어 시>


  당신은 당신에게 소중한 물건에 이름을 붙여본 경험이 있는가. 설령 그런 경험이 없다하더라도 남에겐 중요하지 않지만 내게는 중요했던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특정되지 않은 산발적인, ‘소중’하고 ‘중요’한 무언가는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하게 한다. 이것은 누구나 갖게 되는 희망이라는 감정이다.


  연극 <악어 시>는 그러한 희망의 한 종류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악어 시>의 작가이자 연출인 신해연은 2018년 서울시극단의 창작플랫폼 사업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다. 이 작품은 1년에 걸친 두 번의 낭독회 후 작년 4월 공연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그러지 못하였다. 팬데믹 상황에서, 희망과 절망이 끊임없이 오고가는 혼재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고민했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 내지는 하고 있는 것이 ‘생존’을 위한 것인지. 정말 지금 쓸모 있는 것이 맞는지.


  <악어 시>에도 생존을 위한 것과 생존에 필요하지 않은 소중한 것 둘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먼저, 어쩌다 악어를 키우게 된 시인이 나온다. 알바로 변변찮게 생계를 유지해가고 있는 그는 어느 날 건강식품으로 팔릴 뻔한 새끼 악어를 공동주택에 사온다. 그리고 시인은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이라며 구스타프라는 이름도 붙여준다. 하지만 공통주택에서 악어는 생존에 필요하지 않은 것, 즉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된다. 같은 공동주택에 사는 소녀는 차라리 먹거나 가죽을 벗겨 명품으로 만드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다. 이 소녀는 “새로운 세계”를 꿈꾸며 매일 파파고와 영어 공부를 한다. 하지만 소녀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보살펴야 할 아픈 할아버지가 있다. 또, 시인의 여자친구는 인터넷 방송을 하며 익명의 네티즌들에게 신체 노출을 요구 받는다. 그는 불쾌해하지만 계속되는 요구에 옷을 벗을지 말지 고민한다. 세 인물 모두 자신이 욕망하는 가치와 사회적인 가치에서 고민한다.


  이처럼 시인이 가져온 ‘악어’처럼 남들에게는 괄시 받지만 인물들은 자신의 믿음을 지켜가며 살아간다. 희망에 대한 믿음은 존재 자체를 추동한다. 가령 극에서 시인이 악어를 키우며 시를 쓰고, 소녀는 현재의 일상에서 벗어나 외국을 가기 위해 끊임없이 영어 공부를 하며, 또 헬륨가스가 잔뜩 든 풍선이 있는 놀이공원에 가는 것처럼 말이다. 희망의 이면이 비참할지라도 그들은 그들의 삶에 희망이라는 이름을 붙이려 한다.

  코로나 앞에서 우리는 <악어 시>에 나오는 인물들과 같이 ‘희망’을 갖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비참해지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다. 나날이 늘어가는 변수 속에서 기대하지 않으며, 흔들리지 않고 희망을 버리는 방법을 습득하는 것만이 날 초연해질 수 있게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흩어진 것들에 이름을 붙이지만 구원의 여부는 미지수이다. 마치 첫 장면에서 시인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발기를 하고, 마지막 장면에서 악어가 사람이 되어 찾아오는 것처럼, 삶은 해석될 수 없다는 정언은 자명할지도 모르겠다.


Editor  정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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