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작 임터뷰, 블루어하우스 MD 김태훈

  학창시절, 나는 공부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아이였다. 수업이 시작했다 하면 산만했던 나는 선생님께 큐대로 엉덩이를 맞았던 모습이 학창시절 대부분이었다.


 특히, 도덕 수업시간은 한시도 가만있질 못하고 손발이 오돌오돌 떨 정도로 재미가 없었다. 너무 오래전에 일이라 왜 그랬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역사 속 위인들의 얘기를 싫어했던 것 같다.


  지금의 나야 자존심을 많이 내려놓았지만, 그때의 나는 자존심이 코를 찔러 ‘나는 나이에 비해 당찬 꼬맹이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자니 맹자니 이런 위인들을 보면서 크게 감명받거나 동기부여를 얻거나 하는 생각을 애초에 꺼렸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나는 잘 먹고 잘살 거야’라는 허망한 믿음에 살아오고 있었다. 


  그러다 20살 초반에 빈티지 샵에서 한 직원분에게 삶의 터닝포인트를 선물 받게 된다. 


  도덕책에서 나왔던 역사적인 위인도 아니었고, TV에 나오는 유명한 연예인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의 삶의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날 그 이후로는 삶의 크나큰 나침반에 확실한 도착점을 가리켰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삶의 영향을 줄 수 있는 분들은 어쩌면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이 꼬리를 물어 블루어하우스 안에서 MD를 하는 태훈 씨를 인터뷰하기로 했다.


  블루어하우스에서 문을 열고 내려가 반가운 인사를 건네줬던 태훈 씨의 첫인상은 순수한 청년 같은 이미지였다. 눈도 크고 얼굴도 훤칠했고 목소리도 젠틀하셨기에 나온 첫인상이었다. 인터뷰하기 전에 커피를 마시면서 서로의 안부에 대해 잠시 얘기를 하다, 나이 얘기가 나왔는데 나보다 형이라는 사실에 태훈 씨는 두 동공이 커지며 애써 깜짝 놀라는 마음 눌러 담는 모습을 보이자 우리는 웃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제일 먼저, 태훈 씨는 어떤 마음으로 이 직업을 선택했는지 궁금해서 여쭤보았다.


  집 앞에 허름한 구제 집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서 하교 후 수시로 들락날락하며 옷 구경을 하곤 했습니다. 그곳에 계신 사장님이 들려주는 옷에 대한 스토리가 어린 저에게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옷에 관심이 커져 패션 쪽에 단순 ‘관심’ 혹은 ‘취미’ 정도로 남아있다가 대학교를 졸업 할 무렵 정말 하고 싶은 일, 신명 나게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다 이쪽으로의 일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전공과는 전혀 무관하고 집의 기대와는 다른 일이지만, 해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저질러버리기 식이지만 저지른 결과 아주 행복한 마음으로 출근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태훈 씨도 낡고 허름한 옷 집에서 옷에 대한 재미를 붙였다. 재미를 붙인 공간이 비슷하기에 동질감을 느꼈다. 반가운 마음에 악수라도 건네고 싶었지만, 손이 땀이 많이 나서 그리할 수 없었다. 


  다음 질문은 빈티지 제품에 관한 정보 글을 찾아보는 걸 취미인 태훈 씨가 이러한 취미를 갖기 이전에 옷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거나 혹은 빈티지 제품을 사입할 때 주로 갖고 오는 제품이 생겼을지 궁금해 물어보았다.


  어디서 영감을 받았는지, 어떻게 재해석 되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으니 의생활이 더욱 즐겁습니다. 지식이 짧기는 하다만, 이런 것들을 조금이나마 알고 옷을 본다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이 생겨나면서 남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옷들을 주로 사입 하고 있습니다. 잊혀 가는 브랜드들. 예를 들면 EVISU, LLBEAN, LEE 등등. 과거 영광의 시기가 있었으나 요즘은 잊히고 있는 것에 대해 조금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판매 위주의 제품들보다는 이런 친구들을 데리고 오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다른 샵들과는 차별성이 있기도 하고 손님들이 보셨을 때 뻔하지 않은 제품들이 걸려있기를 소망하는 마음입니다.


  잊혀 가는 제품일지라도 그만의 매력은 존재한다. 이 매력에 대해 새로운 시야를 보여주고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직업이 태훈 씨다. 내가 좋아하는 걸 남들에게 알려주고 좋아하게 만드는 것, 절대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숨겨져 있는 매력을 알리기 위해서 태훈 씨만의 사람을 응대하는 방법이 있는지 여쭤봤다.

  본래 다른 샵에 가서 구경할 때 누군가 다가오면 두려워하는 사람입니다. 그냥 편히 보고 나오면 될 텐데 뭐라도 하나 사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 때문에 손님들께서 오셨을 때, 그저 편히 구경하고 쉬다 가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손님을 응대하고 있습니다. 옷 구경을 하러 왔다는 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환기하고픈 마음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갔던 광장시장, 동대문 있던 형들과는 확실하게 다른 마음가짐과 응대 방법이다. 옷을 그저 단순한 돈으로 보는 사람과 정말 좋아해서 남들에게 알리고 싶은 사람과의 차이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태훈 씨의 앞으로의 행보를 물어봤다.


  일단, 속해 있는 네이머클로딩 그리고 슬리퍼히트비디오, 본투비블루어. 블루어하우스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의 성장이 꿈입니다. 더욱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입사했고, 널리 알려질 방안을 매일 고민하는 중입니다. 이쪽 분야에서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잡는 것은 제 또 다른 목표입니다. 이 일에 대해 계속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이 질문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인터뷰는 끝이 났다. 처음 보았던 태훈 씨의 선망한 눈은 다시 보니 열정으로 뜨겁게 끓어오르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고, 그 불똥이 나한테 튀겨 모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동기를 받았다. 이후, 확신이 들었다. 우리가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항상 우리 가까이에 존재한다고.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누구에게 배울 점이 있는지, 얻을 게 있는지.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을 알려줄지 혹시 알까? 개인적으로 생각하길 성장의 기회는 항상 열려있다. 단지, 받아드리지 못하는 자와 받아드릴 준비가 된 사람에 성장의 차이는 극심하게 나타날 뿐이다.


Editor  임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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