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 귀여운 코끼리의 코를 잘랐나.>에서 장입규는 하나의 대상을 이루는 보편적 관념 체계를 의문시한다. 코끼리를 가장 코끼리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눈을 감고 만져보아도 단박에 코끼리임을 알아챌 수 있게 하는 것은 역시 코뿐일까? 대상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시간과 언어, 갖가지 신념의 응집체는 그것에 단단히 붙어 사고의 우회로를 막는다. 장입규는 이러한 관념과 개념 사이의 역학 관계를 비틀어 본다. 우연히 사물을 자르는 것에서 출발한 그의 이번 작업은 디지털 매체의 편집 기법인 ‘잘라내기,’ ‘붙여넣기,’ ‘복사하기’ 등을 스크린 위가 아닌 실제 공간 안에서 수행하고 재구성하려는 시도이다. 디지털 세계의 문법을 물질세계에 옮겨오는 그의 시도는 동시대의 시지각 체계가 디지털의 논리 안에서 어떻게 재편되었는지를 실험해보는 실험의 장이다. 대상에 대한 고정관념들이 형성되는 우리의 인식체계에 관해 질문하는 작가의 행위는 의자 반쪽이나 빗자루의 머리를 뚝 ‘잘라내기’ 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물리적 세계에서 디지털 상의 움직임을 모방하는 장입규의 행위는 아이러니하게도 대단히 아날로그적이다. 대상을 자르고 붙이는 과정뿐 아니라 사물의 선택 과정 역시 물리적인 여정을 수반한다. 유영하듯 흐르는 웹에서의 정보 수집 과정과는 달리 그는 한 발, 한 발 몸을 움직여 갖가지를 수집한다. 찾고 싶은 키워드를 검색창에 입력하는 것이 웹서핑의 첫 단계라면 장입규의 검색 과정은 이와는 정 반대이다. 그는 무엇을 만날지, 무엇을 사고 싶은지에 대한 어떠한 예측도 없이 자신이 머무는 장소 곳곳의 벼룩시장과 길거리를 헤매다가 우연히 마음에 맞는 대상을 발견하고 선택한다. 그것은 다리 하나가 짧은 의자가 될 수도, 시간이 멈춰버린 시계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발견되고 선택된 사물들은 벽면의 그리드(cut and paste, 2019), 혹은 사진의 프레임(cable, 2019) 안에서 마음껏 변용되고 재배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