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나 배너 <프라나야마 타이푼> 
아시아 첫 개인전 개최

바라캇 컨템포러리는 영국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피오나 배너의 아시아 첫 개인전은 인간의 갈등, 욕망, 소통의 실패 등을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 프라나야마 타이푼) 에서 배너는 오늘날 긴급하게 다뤄야 할 인간의 갈등, 욕망, 소통의 실패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파괴적인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시의 제목 《프라나야마 타이푼은 고대 인도에서부터 전해 내려오는 호흡법인 '프라나야마 와 자연의 대재앙 현상이자 전투기의 이름이기도 한 '타이푼 (Typhoon, 태풍)'의 합성어로 만들어졌다. 프라나야마 타이푼은 예측 불가하고 파괴적인 자연의 힘과 인간의 호흡 사이의 충돌을 암시한다. 배너는 코로나로 인해 영국이 전면 봉쇄된 시기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배너의 신작 영상 <Pranayama Organ(프라나야마 오르간)>(2021)은 황폐한 바닷가 위에서 웅크리고 있던 거대한 형상의 미끼 전투기 두 대가 느릿느릿 자신의 몸을 부풀리고 있으며 불길하고 엄숙한 오르간 소리와 거칠게 몰아쉬는 전투기의 숨소리는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이 생명체들이 가져올 종말론적 징조를 예언한다. 영상은 어느 순간 두 사람의 제의적 퍼포먼스로 전환된다. 화면 속 두 인물 중 한 명은 작가이며, 이들은 전투기 의상을 입은 채 각각 미끼 전투기 팔콘과 타이푼을 연기한다. 인간과 기계가 함께 춤을 추면서 우스꽝스러운 구애와 전투 의식을 수행하는 영상은 오르간 소리, 두 대의 전투기의 거친 호흡 그리고 노래 "Wild is the Wind(야생은 바람이다)”를 통해 웅장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파이프 오르간은 관악기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신체 기관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악기인 파이프 오르간은 자연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은유적으로 투사한다. <프라나야마 오르간은 자연을 문화적인 소모품으로 이용하는 동시에 찬양하는 인간의 양면적 태도를 암시한다. 영상의 끝은 “For we're creatures of the wind(우리는 바람의 소산)”라는 가사와 함께 전투기의 노즈콘이 작열하는 태양을 바라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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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나야마 오르간, 속 두 대의 전투기를 보며 실제적인 공포를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단지 스크린을 통해 중재된 공포와 마주할 뿐이다. 우리가 공포감을 느끼는 순간은 영상 옆에서 전시장을 가로지르며 거친 숨을 내쉬는 거대한 설치물 <Falcon(팔콘)>(2027)과 마주하게 될 때 비로소 일어난다. 전투기 팔콘)의 형상은 새의 부리와 날개의 형태 그리고 조류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하는 '매'의 이름을 모방하였다. 이는 매처럼 재빠르게 적의 일상에 침투하고, 용맹하게 적의 삶을 공격하라는 인간의 토템이기도 하다. <팔콘>은 프로그래밍된 컨트롤 박스에 의해 몸을 부풀리고 

수축시키면서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공간을 압도하며 관람자와 한 공간에 존재한다. 이 미끼 전투기는 본래 적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한 존재이지만, 코로나 시대에는 힘보다는 취약성을 상징한다. 영상의 불길하고 웅장한 사운드는 <팔콘과 더불어 실제 시간의 경험을 강화시키며 관람자의 심리적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배너의 자동차 백미러 작품 <ISBN 978-1-913983-05-5>(2021)은 출판물이자 동시에 조각이다. 배너는 이 작품을 ISBN 번호 '1978-1-913983-05-5' 하에 출판물로 등록했으며 <Gods with Anuses(항문을 가진 신들)>의 제목을 부여했다. 인간과 전투기의 신체를 지시하는 이 거울 조각 출판물을 통해 배너는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인간의 집착과 허영심이 내재된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을 유머러스하게 논평한다. <ISBN 978-1-913983-05-5>는 인간은 죽음에 저항하지만 소멸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는 엔트로피의 자아이며, 결국 인간과 동물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의미를 지닌다. 제목의 일부인 'Anuses(항문)'와 유사한 발음의 라틴어 'Annus'는 질병, 전쟁 따위가 일어난 '그 해 사건'을 뜻한다. 팔콘>과 <프라나야마 오르간 사이에 마치 묘비명처럼 걸린 <ISBN 978-1-913983-05-5>는 동시대 인간의 디스토피아적인 비극적 현실에 대한 애도로서 인간의 세계관, 특히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관점에 전면적인 고찰이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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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콘>, <프라나야마 오르간>, <ISBN 978-1-913983-05-5> 과 더불어, 바다 위를 떠다니는 검은 표류물이 그려진 배너의 <Full Stop(마침표)>(2021) 회화 시리즈가 등장한다. 작가는 언어를 신체의 연장선으로 간주하고, 다양한 폰트의 마침표를 드로잉, 조각, 설치 등으로 제작하면서 언어의 물리적 특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몇 년 전부터 파운드 해양 풍경화의 본래 주제인 항해 선박을 지우고 그 위에 'Helvetica(헬베티카)', 'Peanuts, Klang, Orator(피넛츠, 클랭, 오라토)’ 등 다양한 폰트로 변환된 마침표를 그리는 전통적인 회화 작업으로 돌아왔다. “마침표는 내용이 없는 언어의 상징, 언어의 공허함, 절벽 위의 언어, 글꼴, 문자와 단어가 더 이상 의미의 수단으로 기능하지 않는 위기를 나타냅니다”라는 배너의 언급처럼, 그의 바다 위 마침표 행렬은 끊임없이 분화하고 부서지기 쉬운 언어의 본질을 언어의 실패를 적으로 제시한다. 이들은 마치 세계를 표류하는 인류의 운명 같다. 배너는 긴 막대를 사용하여 회화를 허공에 매달거나 더 낮게 설치하면서 회화를 일종의 무빙 이미지로 탈바꿈한다. 이를 통해 관람자는 영화를 감상하듯 앉아서 보거나, 전시 공간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작품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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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너의 <마침표> 회화, 황폐한 해안가를 배경으로 한 <프라나야마 오르간 그리고 팔콘 설치 작품은 관람자의 인지 방식 안에서 연결되어 하나의 시네마틱한 풍경을 연출한다. 전시의 마지막 경로는 현재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자동차 백미러 <Bad Review(혹평)>(2021)로 이어진다. 작가는 거울에 'Bad Review'라고 쓰고, 이를 팔콘을 등진 채 매달았다. 통상적으로 리뷰는 영화, 전시, 공연, 책 등 본 것을 전제로 하는 언어적 평가이며, 전시장 공중에 달린 백미러는 자신은 드러내지 않고, 실시간으로 주변을 흡수한다. 무엇을 위한 혹평인가? 배너의 혹평>은 물음표인가, 느낌표인가, 혹은 줄임표인가. <프라나야마 타이푼>은 인간과 자연, 세계 전반에 대한 깊은 성찰과 점검에서 출발하여, 현재 인류가 당면한 전 세계적 재난의 상황에 화두를 던진다.

전시일정 : 2021년 6월 16일 ~ 2021년 8월 15일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 BARAKATCONTEMPORARY,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6

인스타그램 : @barakat_contemporary

공식 홈페이지 : barakatcontemporary.com

문의 : 김민정 큐레이터 (02-730-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