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작 임터뷰, 박성민 강사

  난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나와는 정반대인 계획과 친근한 사람들을 보면 내심 부러움을 느낀다. 적어도 나보다는 허투루 시간을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도 안 해본 건 아니다. 계획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방학표, 일정표 등 수첩에 연필로 빼곡히 적어봤지만 항상 무너지기 일수였다. 그래서 궁금했다. 어떡하면 꾸준하게 계획을 세울 수 있는지, 계획을 세우면 어떤 점이 좋은지 오늘 인터뷰 할 박성민님한테 여쭤보기로 했다.


  박성민님은 잠은 못 자도 계획은 꼭 세우고 하루를 끝 마친다고 한다. 성민씨의 이러한 노력은 과외강사로 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고, 이와 걸맞게 연봉도 1년 사이에 2배로 올랐던 그는, 누구보다 계획을 세우는 일에 있어 남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런 성민님을 만나기 위해 한 교회 근처에 있는 까페에 방문했다. 첫인상은 친근한 동네 형 같은 이미지였다. 동그란 안경에 얼굴 속에 머금고 있는 미소는 보는 사람부터 기분 좋게 만드는 첫인상이었다. 사실 인터뷰를 하기 전에 커피를 얻어 먹었던 못난 모습을 보였다. 내가 먼저 지갑을 열기 전에 까페 안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성민님의 선행이 선수를 쳤기 때문에 공짜로 커피를 얻어먹었다. 덕분에 따듯한 마음을 품고, 까페 지하에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에 자리를 잡아, 사부작 임터뷰는 시작되었다.

첫 번째 질문은 계획을 세우는 일을 습관으로 만든 계기에 대해서 여쭤보았다.


A. 박성민 : 처음 시작은 고등학생 때부터였어요. 남들보다 우위에 있거나 그러고 싶어서 습관을 들인 건 아니고, 하루의 시간을 남들보다 알차게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펜부터 들고 수첩에 아무거나 적어 내려갔죠. 그래서 그때는 형식이 잡힌 계획표라기 보다는 일기형식의 글에 가까웠어요. 그렇게 꾸준히 적다 보니 지금은 나름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죠.


어렸을 때의 나는 무슨 생각을 했나 곱씹어 본다. 학창시절 점심표나 외우고 있던 나와 다른 생각을 했던 그를 바라보며 나는 한 없이 초라해지며, 한편으로는 존경스러웠다. 처음과는 달리 듬직해 보이는 그의 어깨를 바라보며 계획을 세우는 것이 자신의 삶이나 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여쭤보았다.


A. 박성민 : 하루의 마지막 끝에서 계획을 세우면 그날의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 제 삶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나의 잘잘못과 치부를 드러내며 쓰는 계획은 앞으로의 나의 행동과 나 자신을 알기에는 너무 좋은 습관이죠. 요즘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 특성상 계획을 세우고 아이들에게 수업을 시작하면, 각기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정체성이 온전히 자리 잡히지 않는 아이들을 개개인 성향마다 다가갈 수 있게 준비하는 그의 모습에서 힘든 기색이 잠시나마 보였다. 그래서 혹시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린 아이들을 상대하면서 계획이 무너지는 일이 있었는지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A. 박성민 : 사실 이틀 전에도 무너질 뻔 했어요. 무례한 아이들을 상대할 때면 준비된 마음가짐이 무너지는 순간이 오곤 하죠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 모습을 사랑하려고 노력해요. 아이들이 자존심을 내려놓고, 나한테 마음을 열개되면 몇몇 아이들은 자기 어머니보다 저를 더 믿게 되는 아이들도 있어요. 이건 저 만에 영업비밀인데 말해도 되나 모르겠어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이 된 지금의 우리들도, 누군가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준다면 서서히 그 사람에게 마음을 뺏기지 않을까?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은 아직 어린 우리들에게도 반가운 태도 일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열심히 사는 이유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 여쭤보았다.


A. 박성민 : 음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굳이 열심히 사는 이유를 얘기하자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미래의 부인, 아이에게, 그리고 주변사람에게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돼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그러기에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발로 뛰며 살아가고 있죠.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하나의 쉼터를 만들 예정이에요. 이 공간에서 환경이 부족한 사람들을 가르치고, 다양한 재능기부를 통해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아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그런 공간을 만들 겁니다.

  이 답을 끝으로 우리들의 인터뷰는 끝이 났다. 한껏 비가 와서 축축히 젖은 창문을 바라보며 문득 계획에 없던 질문을 해보았다. ‘혹시 계획이 완전 무너지면 대처하는 방법이 있나요?’ 그는 웃으며 ‘우리의 계획은 항상 불완전합니다. 인생은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계획은 세우는 이유는 그 순간을 이겨내는 맛이 있기 때문이죠” 라고 말했다. 무너지는 내 자신이 싫어 계획 이라면 치를 떨던 내가 누굴 만나 일기라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성민님을 만나고 우리가 성장을 하는 방법 중에 하나의 방법은 고난을 직접 마주하고 이겨내는 거라 생각했다. 무언가 실패했다고 누워있지 말자 다시 일어나는 것 또한 우리가 겪는 성장통의 일부일 뿐이다.  


- Photo by 장세찬


Editor  임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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