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L1ST를 시작한 지 어느덧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새삼 시간이라는 것이 참 빠르다는 걸 다시금 느낍니다. 개인적으로는 감회가 새롭습니다.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합니다. 나는 싫증이라는 것이 금방 생기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것이든 일단 좋아하게 되면 불꽃처럼 뜨겁게 아주 뜨겁게 걷잡을 수없이 타오르지만 이내 금방 식어버려 싫증을 내버리는, 그런 사람. 또, 예전에 입에 달고 살던 말이 “어쭙잖게 할 바엔 하지 않는다.’였던 만큼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조차 꺼리던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흥미를 가진 분야도 꽤 많았었지만, 그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시도조차 하지 않은, 그래서 도전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과 후회가 많은 사람입니다.
사실은 PLAYL1ST도 그런 많은 후회들 중 하나로 남겨질 수도 있었습니다. PLAYL1ST의 시작은 아주 사소했습니다. 사진을 업으로 하는 한 친구와 카페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진행하려 하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콘텐츠였기에 우리는 거기에 음악을 추천하는 콘텐츠를 가지고 호기롭게 시작을 해봤지만 일장춘몽에 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아마도 문제는 내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의 나는 싫증을 잘 내버리는, 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깐요. 그렇게 PLAYL1ST의 시작과 우리 둘의 사이도 시간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이 친구들이 갑자기 매거진을 시작하겠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나는 감탄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적어도 나에게 이 친구들은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사람들을 뽑으라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친구들인데, 이렇게 또 멋지고 기가 막힌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게 이런 제안을 하더군요. PLAYL1ST를 제대로 다시 해보지 않겠냐는 솔깃한 제안을. 처음에는 거절하려고 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또 지금도 그렇지만 글을 쓴다는 것이 내게는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한 친구가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형이 나한테 음악을 추천해 줄 때 그 표현이 너무 좋다. 멜로디가 이렇고 저렇고, 변주가 이래서 저래서 같은 전문적인 말이 아니라 정말로 이 음악이 좋아서 그래서 내가 좋아할 것 같아 알려주는 그 마음이 너무 좋다.” 글쎄 도저히 안 할수 없게 만들어버리더군요. 그렇게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서 지금입니다.
내가 좋아하고 자주 듣는 음악을 여러분들께 추천해 주고 또 내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다는 것이 어떤 분들에게는 재미없고 따분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PLAYL1ST는 사실 그런 이야기입니다. 나는 어떤 명확한 메시지라든지 주제를 가지고 이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뭐랄까요. 요즘에 많이 쓰는 말로 ‘어? 나 이거 좋아하네?’ 이런 느낌이라고 말하는 게 좋을까요. 괜찮은 표현인 것 같습니다. 내가 듣는 음악이 여러분들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을 수도 있고, 또 딱히 대단한 취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PLAYL1ST가 모 채널처럼 대단한 조회 수를 기록하는 콘텐츠가 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저 매주 이런저런 음악으로 당신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는 나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냥 딱 그 정도였으면 합니다. 이 음악을 듣고 ‘어? 나 이 노래 좋아하네?’ 혹은 ‘크으 이 노래 좋지 좋지, 말모말모.’ 같은 유쾌한 공감을 느끼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번 PLAYL1ST는 '소회'입니다. 6개월 동안 진행된 이 PLAYL1ST의 탄생과 관련된 에피소드와 여러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번에 준비한 노래들은 여러분들이 듣고 '어? 나 이노래 좋아하네?' 같은
새로운 최향을 발견할 수 있는 노래들로 준비해봤습니다.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PLAYL1ST는 지극히 에디터의 취향이기에 마음을 편하게 먹고 아주 천천히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자, 그럼 오늘도 즐거운 음악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