샅바를 맞잡고 찰나의 순간 승패가 결정되는 스포츠. 씨름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매력

Q. 자기소개
A. 안산시청 씨름부 매화 장사 이아란입니다.
Q. 매화 장사라고 하셨는데, 매화는 어떤 의미인가요?
A. 매화는 체급 이름이고요. 60, 70, 80 여자는 체급이 이렇게 세 개밖에 없어요. 60kg가 매화 장사, 70kg가 국화 장사, 80kg가 무궁화 장사, 이렇게 세 체급이 있어요.
Q. 그럼 남자 선수는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있나요?
A. 남자는 산 이름으로 돼 있고, 여자는 꽃 이름으로 돼 있는데, 남자는 태백, 금강, 한라, 백두 이렇게 4개가 있고 천하장사는 모든 체급을 통틀어서 하는 시합을 천하장사라고 해요.
Q. 여자 씨름 경기도 천하장사 대회가 있나요?
A. 네. 80kg랑 만나면 체급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조금 힘들죠. (웃음)
Q. 씨름 선수를 업으로 삼게 된 이유
A. 태권도를 부상 때문에 그만두면서 ‘너 할 거 없으니까 씨름이나 한번 해봐’라는 말을 듣고 거절하다가 계속된 권유에 시합을 한 두 번 나갔는데, 운이 좋게 다른 팀에서 스카웃돼서 그때부터 실업팀에 들어가 하게 됐어요.
Q.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으실까요? 지금까지 하셨던 것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A. 제일 기억에 남는 경기는, 처음 장사했을 때도 기억에 많이 남긴 하는데, 안산시청으로 처음 입단하고 나서 장사했을 때 설이었거든요. 설날 장사 때.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씨름 시합장 가면은 관중석이 진짜 텅텅 비어있어요. 남자 시합 때에도 원래는 관중석에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있어봤자 뭐 이제 그 지역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 그런 분들만 계시다가, 막 씨름의 희열 하면서 이제 예능 프로도 많이 나오고 남자들이 갑자기 확 떴었어요. 그때 설날 시합장에 갔는데 갑자기 관중석이 꽉 차고 자리가 없어서 사람들이 앉지도 못할 만큼 다 서서 구경하고 정말 옛날에 막 강호동, 이만기 있었을 때 그런 시합장처럼 빽빽하게 사람들이 체육관 안에 꽉 차 있는데 그 환호성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정말 그 체육관이 다 울려 퍼질 정도로 환호성이 엄청나게 컸거든요. 그때가 진짜 가장 기억에 남아요.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보다 확대된 이미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 다른 운동을 하다가 씨름을 하게 되시면서 연습하는 과정에서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 있을까요?
A. 아무래도 태권도 했을 때는 상체 힘을 안 쓰다가 씨름 오면서 이제 상체 힘도 많이 길러야 되고. 아예 다른 운동이다 보니까,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다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리고 기술을 요하는 씨름을 하는 거라서 귀도 많이 아팠고, 일단 상체 운동이 턱걸이를 한 개도 못했었거든요? 근데 여기 와서 한두 개씩 늘려가다 보니까 이제 턱걸이도 하게 되고, 그런 식으로 해서 지금까지 와서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연습하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A. 아무래도 시합 뛰고 하다 보면 숨도 많이 차고 하잖아요. 그래서 체력 운동도 기본적으로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중요하죠. 샅바를 땡겨야 되는데 그럴려면 등도 써야 되고. 그러다 보면 또 샅바를 놓치지 않으려면 힘도 길러야 되고, 그런 식으로 해서 세부적으로 다 해야죠! (웃음) 아무래도 기본 체력이나 근력이 뒷바탕이 돼야지 할 수 있지 않을까.
Q. 대중들에게 씨름경기의 관람 포인트나 씨름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은 점이 있다면?
A. 씨름이라는 게 되게 룰이 되게 규칙이 되게 간단해서 사람의 무릎, 신체 부위, 머리카락이든 뭐든 모래에 닿으면 지는 경기에요.
Q. 머리카락은 처음 들었습니다.
A. ‘머리카락도 신체의 일부다.’라고 해서 정말 머리카락이 살짝 스쳤는데도 지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이렇게 짧은데도 살짝 스쳤다고 한번 진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 승패가 정말 순식간에 갈리기 때문에 그런 점이 가장 재미있는 것 같고, 일단 체급은 남자든 여자든 이제 경량, 중량 있잖아요. 여자 체급 같은 경우에는 60kg 매화 급은 좀 오밀 조밀 이렇게 작고 빠른 경기력이 있다면, 70kg의 국화 급은 이제 좀 힘, 강한 파워가 느껴지는 그런 씨름이고요, 80kg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이제 키도 막 180인 언니들도 있고 아무래도 다들 덩치가 있다 보니까, 좀 묵직하고 동작이 큰 씨름, 그런 씨름들을 볼 수 있어서, 각 체급에 따라 관람 포인트가 달라요.
Q. 가장 어려운 스킬이나, 난이도 중에서 상위 계층에 있는 스킬 몇 가지를 소개해주신다면
A. 몸 체형에 따라서도 좀 다르고 힘이 받쳐주는 사람들은 들배지기라고 사람을 들어서 엉덩이로 엎고 넘기는 그런 기술이 있거든요. 들배지기라는 기술도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려요. 많은 시간이 걸리고 배우는 데도 오래 걸리기도 하고요. 저 같은 경우는 키가 작아서 밑씨름이라고, 다리 잡고 오금 당기기, 안무릎치기 이런 기술들을 하는 데 주로 많이 하는 게 뒤집기죠. 씨름의 꽃이 뒤집기거든요. 뒤집기도 가끔 하긴 하는데, 아무래도 뒤집기가 경기에서 가장 보기 힘든 기술이라서 뒤집기랑 들배지기. 이 두 개가 가장 어렵잖아요.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보다 확대된 이미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 씨름 외적으로 필요한 점이 있다면
A. 씨름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부가 다 같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를 수 있겠지만 주변 사람들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시합 때 되면 예민하기도 하고, 긴장을 많이 하다 보니까 엄마 전화도 잘 안 받고 막 이러거든요. 엄마 목소리 들으면 괜히 좀 긴장되니까, 그런 것 때문에 주변에서 ‘1등 해야지’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들보다, 사람들이 ‘져도 돼’, ‘괜찮아’, ‘편하게만 하고 와’. ‘연습한 대로만 하고 와’. 이런 식으로 얘기 해주는 주변 사람들도 있고, 훈련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분들, 코치님, 감독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아요. 항상 코치님, 감독님은 저한테 ‘연습 때만큼만 하면 너 이길 사람 아무도 없어. 너가 최고야. 연습하던 대로만 하면 돼. 그럼 네가 다 이겨’, 이런 식으로 자신감을 많이 키워주세요.
Q. 씨름 선수로서 나 자신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운동을 좀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고, 장사했다고 해서, 완벽하게 이긴 게 아니라 노력해서 이긴 것도 있겠지만, 연습할 때만큼 시합 때 나오지 않거든요. 좋은 동작들이 시합 때 나올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운동했으면 좋겠고, 의지를 좀 더 키웠으면 좋겠어요. 자신감. 자신감을 키워야 되는데, 이걸 어떻게 키워야 될지 몰라서.. 조금씩 계속 발전해 나가야 될 것 같아요.
Q. 씨름을 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A. 초, 중, 고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운동이 굉장히 힘들 거에요. 학생 때 운동하는 게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형, 남자 선수들이나 여자 선수들 보고, 꿈을 갖고 끝까지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중간에 포기하는 학생들도 몇몇 있거든요. 운동이라는 게 워낙 힘들다 보니까 포기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자기가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꼭 열심히 해서 나중에 씨름이 좀 더 커졌으면 좋겠어요.
Q.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에피소드 하나 얘기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A. SNS 팬분들이 dm을 보내요, 댓글 다시는 분도 있고 dm 보내시는 분도 있는데, 한번 제가 처음 장사했을 때였어요. 한 분이 저한테 댓글로 ‘여자 씨름도 너무 재밌네요. 다음에는 꼭 직관 갈 테니까 그때도 꼭 장사해 주세요,’ 라고 댓글을 단 거예요. 그거 보고 ‘나 팬 생겼다‘ 이게 되게 컸거든요. 그랬는데 시합 일정을 팬분들이 다 알고 계시더라고요. 시합 일정을 보시고 ’이번 시합 파이팅하세요.’ 시합 끝나면 ‘수고하셨어요, 너무 축하드려요.’ 이렇게 dm을 항상 받다가, 작년에 안산 김홍도 장사 씨름 대회를 했는데, 그때 그분이 오신 거예요. 근데 저는 그분을 이제 실제로 처음 봤는데 갑자기 누가 밖에서 막 손을 흔들어요. 그래서 누구지? 하면서 나갔는데 선물을 엄청 준비해서 저한테 주시고, 응원하는 걸 만들어 오셔서 시합 때 흔들고 계시다가, 두 장을 만들어서 하나는 저한테 주신 거예요. 그분이 가장 인상 깊고 지금도 가끔 연락하고, 한 번은 너무 감사해서 따로 만나서 휴가 때 만나서 제 이름 적힌 샅바도 선물로 드리고, 같이 저녁도 먹고, 카페도 가고 했어서 그분이 저한테는 가장 고마운 분이죠.
Q. 앞으로의 목표
A. 씨름을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되는 데까지 할 거고요. 일단 첫 번째는 부상을 입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다치지 않는 게 가장 큰 목표고, 두 번째는 계속 우승해서 황소를 더 많이 키우는 거, 소를 많이 가지고 오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보다 확대된 이미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EO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