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작 임터뷰, 가죽공예 M.B.S 김태훈

  괴로운걸 견디고 버텨내는 마음, 인내심.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단어다. 하기 싫은 건 곧장 죽어도 못하는 내 철없는 마음을 내 치부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인내심이 좋다고 얘기하지만 왠지 모르게 낯설게 들려오는 이 감사함은 그저 나를 부끄럽게 만들 뿐이었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과연 내가 인내심이 좋은 걸까? 이 해답에 조언을 받기 위해서 가죽공예 브랜드 m.b.s 김태훈 대표님을 만나 뵈러 갔다.


  가죽이 곧 취미이자 관심인, 김태훈 대표님은 다른 브랜드보다 아이덴티티가 뚜렷하다고 생각했다. m.b.s의 제품을 살짝 만 훔쳐봐도 고심과 연구를 많이 해서 만든 제품이라고 생각했고, 상품성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며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게 느껴져, 타 브랜드에 비해 판매상품이 되기까지 수 차례의 인내심의 과정이 있을 거라 생각 했다. 이런 생각이 지독하게 엉켰던 내 고민의 실마리를 풀어줄 것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 돼, 설레는 마음으로 수원에 위치한 쇼룸으로 방문했다.


  수원 어느 한적한 동네 자리잡은 m.b.s 쇼룸, 그 동네에서 작업실이라고 누가 얘기하지 않아도 나지막이 들려오는 제봉틀 소리는 나를 반갑게 만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니나 다를까 대표님은 한참 작업에 몰두하시는 중 이었다. 집중의 훼방꾼이 돼버린 나는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대표님은 웃음과 함께 인사말과 안부를 물었고, 걱정했던 마음은 비가 오듯이 흘러 내려갔다. 한참 날씨가 습했던 터라 최근에 교체한 에어컨을 틀고 땀을 식히며 오늘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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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질문은 가죽공예에 어떠한 매력을 느껴 업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는지가 궁금했다.


A. 일본에 있는 하라주쿠에 쇼츠라는 매장을 우연히 갔습니다. 거기서 2층에 있는 가죽공간에서 직원분과 대화에서 가죽의 매력에 매료돼서 한국에 돌아와 ‘내가 만들고 싶은걸 만들어 보자’ 하고 시작했습니다.


  무언가의 대한 매료점은 정말 우연치 않게 다가온다. 그게 새로운 시작이든, 사랑이든 언제나 달갑게 느껴진다. 첫 번째 질문을 ‘시작’이라고 정의했다면 ‘중간’이라고 생각되는 질문인 5년인 긴 시간 동안 가죽공예를 하시면서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그리고 긴 시간 동안 가죽공예를 하면서 어떤 매력 때문에 놓지 못하는 이유가 뭐였는지 물어보았다.


A. 제가 만들고 싶은 제품과 상품성 있는 제품, 이 사이에 협의를 보기 위해 매번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제가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왜냐면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고, 다소 고되고 힘들더라도, 결국에 만들어냈을 때의 그 만족감이 여기까지 오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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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를 운영한다면 대표님들이 어쩔 수 없이 겪는 고충인 것 같다고 생각된다. 나는 이런 브랜드가 좋다. 단순히 상품성만 바라본 브랜드보다 뚜렷한 개성을 지닌 브랜드가 우리 의류문화에 다양한 문화를 누리게 해줄 수 있는 브랜드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다음으로 어떤 사람이 가죽공예를 잘 할 수 있는지, 어떤 사람이 가죽 브랜드를 운영하면 좋을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A. 클래스를 몇 차례 운영하다 보면 느껴집니다. 가죽공예에서 손 재주가 좋은 사람이 유리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 보다 중요한 건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잘 하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브랜드를 운영하고 싶다면 가죽에 대한 공부가 학습이 충분히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옷으로 사용되는 원단의 수명보다 평균적으로 가죽의 수명이 더 깁니다. 소비자가 한번 구매하면 오래 사용하는 가죽제품인 만큼 만듦이 가 그에 따른 학습이 되어있어야 가치 있는 상품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때까지 m.b.s를 어떻게 운영했는지가 이 답변에서 고스란히 묻어 나왔다. 미리 만들지 않고 굳이 오더메이드를 고집하는 m.b.s 체계도 이제야 납득이 갔었다. 다음 질문은 대표님 만드신 제품 중에 어떤 제품이 가장 애착이 가는지 물어보았다.


A. 힙색이 제일 애착이 갑니다. 핫로드 문화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 이 하나를 만든다고 4-5개 가방을 뜯어보고 조합하고 연구했습니다. 이 가방을 만들기까지 노력을 많이 해서 다른 브랜드 보다 잘 만들었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마지막으로 m.b.s의 행보에 대해 물어보았다.


A. 제품이 잘 팔리든 안 팔리든 10년동안은 꿋꿋이 자리에 앉아 제가 좋아하는 제품을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누군가가 m.b.s를 떠올렸을 때 ‘색깔이 뚜렷한 브랜드’라고 기억되도록 노력하는 브랜드가 되겠습니다.


  이 대답을 끝으로 우리의 인터뷰는 끝이 났다. 하나의 새로운 제품을 내놓기 까지 머리 속으로 몇 년 동안 생각하고 만들어 보는 대표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많은 걸 느꼈다. 우리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인내심 아닌, 즐기고 있어야 한다고, 무슨 일을 할 때든지 참고 견디는 마음이 든다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맞는지 다시금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 하고, 즐기고 있는 나 자신을 축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오늘, 장대 같은 빗줄기가 무자비하게 얼굴에 때려도 가는 길에 우산이 망가져도, 나의 이 좋은 기분을 망칠 순 없었다.


Editor  임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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