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밤은 시원하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강원도 본가를 방문했다. 자동차 소리도, 사람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뒷산을 쓸고 내려온 바람이 시원하다.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편안히 잠들 수 있다. 바람이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다. 굳이 바람을 묘사하지 않아도 마음이 선선해진다. 젊음의 한 장면으로 불어오는 바람들을 모아보았다.
『광안리의 밤 - Say Sue Me 』
스무 살 겨울, 처음으로 부산을 방문했다. 내려간 김에 들러보잔 마음으로. 시장에서 씨앗호떡을 먹고, 빈티지 의류를 구경했다. 날은 금방 어두워졌고 족발에 소주를 마셨다. 눈을 뜨니 기차 시간이었다. 다시 부산을 찾을 기회도 이유도 없었다. 여전히 부산 바다를 모른다. 세이수미는 본 적 없는 부산 밤바다를 떠오르게 만드는 밴드이다.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와 선선한 바람을 상상한다. 모래사장의 시작쯤에 앉아 들이키는 맥주의 맛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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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를 걷는 소녀 - 고아라』
웹툰을 권하는 일은 쉽지 않다. 템포가 조금 느린 작품을 선호하기도 하고, 수많은 작품들 중 정말 좋은 작품을 가려내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 우디는 이혼으로 결혼 생활을 마무리한다. 방황 속에 서퍼들을 보게 되고, 동백이라는 가게에서 묵으며 서핑을 배운다. 고아라의 작품들은 편하다. 일상에서 느끼는 보편적 감정과 한 개인이 가지게 되는 특수한 상황을 너무 사연 있어 보이지 않게 엮어낸다. 강렬한 액션은 없다. 격정도 없다. 그저 우디가 다음 풍경으로 나아가는 상황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또 내일로 걸음을 떼는 나의 삶이 그러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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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음열도 - 다카하시 츠토무』
주인공 카세 타카시가 'ZEROS'에 입단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켓친, 시가테라, 상남 2인조, 크로우즈 시리즈까지 바이크가 등장하는 좋은 만화들이 많지만 폭음열도는 특히 날 것의 냄새가 가득하다. 기성세대와의 갈등, 절대 포장할 수 없는 폭력의 순간들 그리고 우정까지. 무조건적인 미화보다는 시대상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작화와 디테일도 뛰어나다. 마음 한구석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