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an approaching night

곧 찾아올 밤에

  그럼 밤에는 뭐하세요. 놀자는 뜻인가, 정말 밤에 무얼 하냐는 뜻인가. 괜히 눈치 없는 사람이 될 순 없다. 갑작스런 외출을 피하려면 유연한 답변을 찾아야한다. 자야한다, 자야하지만 질문자가 원하는 대답이 아님을 알기에 애써 괜찮아 보이는 답변을 고른다. 오늘 밤의 계획. 그래 만약 잠들지 않는다면 어떤 시간을 보낼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사적인 목록을 작성했다.


『 피아노의 숲 - 잇시키 마코토 』


  자극적인 것은 읽고 싶지 않다. 부담 없는 스토리면 좋겠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피아노의 숲을 찾았다. 이치노세 카이의 성장은 적당한 온도의 감동을 준다. 밤부터 새벽까지. 클래식에 대해 전혀 모른다. 하지만 카이가 연주하는 곡 정도는 찾아듣게 된다. 예술을 다루는 만화는 의외로 흔치 않다. 언급되는 작품들에 대한 디테일이 빠져선 안 되고 등장인물들에겐 저마다의 예술관과 스타일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피아노의 숲은 굉장히 밸런스가 좋다.




『 Sonder - baewonlee 


  우연히 그의 음악을 들었다. 반가움이 컸다.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우리가 같은 장르를 좋아할 것쯤은 알 수 있었다. baewonlee의 음악이 가진 사운드는 물론 나에게 다가오는 감정 역시 충분히 좋았다. baewonlee는 젊음이 있고, 사랑이 있고, 사이사이로 외로움이 내비치는 곡들을 쓴다. 그리고 1집 'Sonder'가 나왔다. 앨범명을 'Sonder'로 고민하고 있다고, 그의 입에서 처음 듣는 단어가 나왔다. 해석 역시 선뜻 이해가지 않았다. 낮 시간 지하철에서 Sonder를 들었고,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다시 들었다. 그제야 잘 붙인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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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우리 영혼은 - 켄프 하루프 


  켄트 하루프의 유작. 주인공 애디 무어와 이웃 루이스 워터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배우자와 사별한 두 인물이 노년을 맞이하고, 그 과정에서 맞이하게 되는 외로움과 유대를 읽을 수 있다. 밤이 외롭기에 함께 누워 이야기를 나누자는 제안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일흔 살에 가까운 인물들이 등장과 함께 어느 정도 슬픈 결말을 예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상되는 어떤 결말 보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닌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섬세한 감정들이다.



Editor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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