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가을입니까?

곧 가을입니까?

  선선한 저녁이 반갑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여름도 결국 끝났다. 크게 잘한 것도 없지만 크게 못한 것도 없는 계절이었다. 어물쩍 새 계절을 맞이하는 건가 마음이 조금 찔리기도 하고. 아이스커피를 사서 한적한 장소를 찾는다. 빈 벤치에 앉는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만이라도 잡념을 없애고 싶다. 늘 그런 것처럼 쉽지 않다. 스마트폰을 꺼내 네이버 웹툰을 실행한다. 새로 업데이트된 회차들을 살핀다. 날씨에 어울리는 작품을 고른다. 적당히 선선한 기분을 들게 하는.


『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 - 순끼 』


  청춘, 사랑, 성장처럼 어딘가 간지러워지는 그런 이야기가 담긴 만화 역시 좋아한다고 밝히기 쉽지 않다. 일본의 일상물, 성장물들이 주는 감동도 좋지만 사실 썩 공감되진 않는다. 그려지고 있는 공간이 문제일까, 우리와 비슷한 듯 다른 감수성이 문제일까. 이런 의미에서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의 연재가 너무 반가웠다. 90년대를 배경으로 중3 황미애와 김철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풋풋하고 따뜻하다. 레트로한 감성도 묻어나고, 가끔은 청소년 소설 같기도 하고. 전작인 ‘치즈인더트랩’과 다른 결을 느낄 수 있다.




『 대신 심부름을 해다오 - 고아라 


누구에게나 믿고 보는 작가가 있을 것이다. 나에겐 고아라 작가가 그렇다. 나에게 완벽히 들어맞는 느낌은 아니지만 문득 편해지는 지점이 있다. ‘대신 심부름을 해다오’는 고아라 작가의 최신 연재작이다. 인간과 요괴가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마을 의양리의 이야기를 그린다. 갓 스물이 된 은호는 요괴 전리품을 수집하는 가게에서 일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은호를 짝사랑하는 일지, 은호의 어린 시절 비밀을 알고 있는 도연 등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조용한 새벽에 읽기 좋다.




『 하루의 하루 - 김이랑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오하루의 대학 생활을 그린 웹툰. 마냥 좋을 수 없는 이 능력으로 인해 첫사랑에 실패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쉽지 않다. 어느 날 신경 쓰이는 사람이 생겼다. 같은 수업을 듣는 도하루의 마음은 읽을 수 없다. 하루는 하루와 점점 가까워진다. 2021년 6월부터 연재되고 있다. 오하루와 도하루 사이 로맨스 기류가 생기기 시작하는 지금 쯤 시작하기 좋다. 두 하루들이 나누는 대화가 귀엽다. 앞으로 전개가 기대되는 웹툰이다.



Editor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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