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기대했던 것보다 또 기대했던 대로 별것이 없더군요. 서른이 된다는 것 말이죠. 앞자리를 대표하는 숫자가 바뀌어서인지 아니면 미루고 미뤄왔던 현실이라는 벽을 마주하지 않을 ‘아직 어리다.’라는 가장 그럴듯한 핑계를 왠지 더 이상은 둘러대지 못할 것만 같아 아쉬워서인지 ‘서른’이라는 나이가 그 단어의 뜻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게 아득하기만 했습니다. 누군가는 ‘서른’이라는 나이를 아주 ‘요상한’ 나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괜찮은 듯 괜찮지 않은, 나이가 적은 것도 많은 것도 아니며, 아저씨라는 호칭이 낯설지는 않습니다만 사실은 ‘오빠’라고 아직까지는 불리고 싶은, 이런 어떤 애매한 아니 어쩌면 애매하지 않을 지도 모를 요상한 그런 기분. 이제 고작 서른이라는 나이로 8개월 남짓 살아봤을 뿐인데 아주 요상합니다.
그래도 서른에 대한 짧은 소감을 들려드리자면,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하라고 한 적도 없지만 솔직해지는 것이 어렵기만 합니다. 당장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울고 싶을 때는 울고, 상대방이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곧잘 화를 내기도 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입니다. 괜찮지 않지만 괜찮은 척을 해야 하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 벌써 서른인데도 힘들다, 슬프다, 지쳤다고 토해내듯이 말하고 싶을 때가 이따금씩 있습니다만, 그걸 좀처럼 솔직하게 이야기하기가 어렵습니다. 그저 늘 괜찮아야만 할 것 같은 나이가 서른인 것 같습니다. 이제 고작 30년을 보냈을 뿐인데 벌써 마흔이 되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쉰이 넘어서는, 예순이 넘어서는 조금은 솔직해질 수 있을지 아득한 고민을 해보기도 해봅니다. 그때가 되면 조금은 인생의 정답에 가까워져 있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PLAYL1ST는 내 서른에 대한 짧은 소감입니다. 나는 서른이 될지 몰랐습니다. 또, 서른 즈음이면 알 수 없는 이 인생에서 조금의 실마리를 잡아 안정적인 항해를 하고 있는 그런 선장이 되어있을 줄 알았습니다만 막상 서른이 되어보니 또 다른 시작점에 서있을 뿐입니다. 그래도 이제 한 스테이지를 끝낸 기분입니다. 앞으로 또 어떤 고민과 모험이 기다릴지는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일도 있고 또 되고 싶은 사람도 있으니 되지도 않는 괜찮은 척을 하면서 끝까지 버티면서 살아보려고 합니다. 또 조금은 나를 내려놓기도 하고요. 당신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노래들이 당신을 조금 내려놓는데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나의 서른보다는 당신의 서른이 분명히 더 근사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