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스러운 하루.

중2스러운 하루

  심각했던 시절이 있다.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날벌레도 하나의 의미로 다가왔던 그런. 모든 게 좋다가도 모든 게 싫었다. 무언가 하기만 해도 서투르고 어색한데 마음만은 저 멀리에서 유능한 척을 했다. 어딘가 숨기만 해도 스스로 특별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도 종종 나에게 어떤 특별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한다. 언제든 빠져나올 수 있단 믿음으로 느긋하게 중2스러운 시간을 즐긴다.


『  블루 록(BLUE LOCK) - 카네시로 무네유키(스토리), 노무라 유스케(작화) 』


'너희들의 레벨.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


  시시해서 죽고 싶은 인물을 본 적이 있는가. 대체 무엇이 시시하길래. 중2병 넘치는 대사가 가득한 '블루 록(BLUE LOCK)'은 놀랍게도 축구만화다. 최고의 공격수 영웅 단 한명을 탄생 시키겠단 목적으로 트레이닝 시설 '블루 록(BLUE LOCK)'이 지어진다. 공격수 포지션 남고생 300명을 가두고 펼쳐지는 거친 오디션은 여러모로 놀랍다. 광기 넘치는 대사들과 각성해 나가는 인물들로 인해 마음이 뜨거워진다. 물론 주인공 이사기 요이치의 성장도 담겨있다. 정석적인 스포츠물은 절대 아니니 마음의 준비와 함께 펼쳐야한다. 마지막으로 블루 록 최고의 에이스의 명대사 하나 더. '나에게 축구는 살인이다.'




『 룬의 아이들 윈터러 - 전민희 


  정확히 열다섯에 접한 판타지 소설. 눈물을 흘렸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차가운 시련을 이겨내고 어른이 되어가는 보리스의 이야기. 당시 온라인 RPG 게임 '테일즈위버'를 즐기고 있었다. 게임의 원작이 룬의 아이들 시리즈였고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보리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탄탄한 세계관 덕에 순식간에 시리즈의 끝을 봤다. 소설을 접했을 때의 감정과 더불어 게임 속에서까지 함께 했던 인연들을 생각나게 만드는 작품이다.




『 원펀맨 리메이크 - 무라타 유스케 


'팔굽혀 펴기 100번, 윗몸 일으키기 100번, 스쿼트 100번 그리고 런닝 10km. 이걸 매일 반복한다!'


  그래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내가 숨겨진 강자라면, 보통 강자도 아니고 엄청난 강자라면 세상이 조금은 간단해 보일지도. 작가 ONE의 원작을 바탕으로 무라타 유스케가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미 유명한 작품이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겐 꽤 신선한 만화일지도 모른다. 사이타마의 취미는 히어로다. 대머리에 멍청한 표정, 복장도 촌스럽다. 원펀맨 리메이크에 등장하는 수많은 히어로들 중 가장 수수하지 않을까. 하지만 모두가 한 방에 나가떨어진다. 비결은 100, 100, 100, 10. 매일 같이 극한의 루틴을 실행하는 사이타마의 먼치킨 라이프가 존경스럽다.



Editor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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