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9월도 보름이나 지났습니다. 이제는 가을에 가는 중이 아니라, 이 계절에 한가운데에 있다고 말해도 좋은 날씨입니다. 다가오는 주말이 지나면 추석 秋夕이 있지요. 추석 秋夕,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낭만적인 말이네요, 가을의 저녁.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고 하니 추석 秋夕은 이 계절의 정점이지 않을까 싶네요. 다가오는 명절 여러분들이 가장 기다리는 것은 어떤 것들일까요. 맛있는 음식들? 아니면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과 친척들? 아무래도 올해도 예전 같지 않은 풍경일 테죠. 참으로 야속하기만 한 요즘의 시국입니다.
올해에도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마음 편히 보지 못해 역시 아쉽기만 한 명절이 다시 이어지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조금 마음이 나아질까요? 나는 늘 추석 秋夕이 다가오면 기대하고 기대하는 단 한 가지 ‘어떤 것’이 있습니다. 그날까지 앞으로 남은 밤을 손가락으로 일일이 세어보며 오매불망 寤寐不忘 기다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꼭 이맘때가 되면 괜히 하늘을 올려다보곤 하는데, 나름의 ‘그것’을 기다리는 방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그건 달이 차오르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팔월의 보름날, 가을의 가장 한 가운데 달빛이 가장 좋은 이날을 그냥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죠. 노랗고 크고 동그란 그 달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이 홀린다고 해야 할까요. 평소에는 그렇게 의미를 두고 달을 바라보지는 않습니다만 이상하게 ‘팔월의 보름날’에 뜨는 달은 괜히 없는 소원이라도 빌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커다란 그 달을 마주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플레이리스트는 PLAYL1ST는 팔월의 보름날을 맞아 달빛에 춤을 출 수 있는 노래들로 준비해봤습니다. 에디터는 춤을 잘 추지는 못합니다만 이상하게 좋아하는 것들 앞에서는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고 싶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저는 이번 추석 秋夕에 시국이 이래서 집에 가지 않기로 했는데요. 이 아쉬움을 가을의 가장 밝은 달빛 아래에서 음악에 맞추어 망가져도 좋으니 춤을 춰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예전 같지 않은 명절을 다시 보내게 되었겠지만, 그래도 각자의 방법으로 팔월의 보름날을 즐겁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