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을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 생각나는 옛날 노래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노래들을 알게 되었는지 또 무슨 이유로 듣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렇게 선선한 가을바람에는 이런 노래들을 들어야지 하며 친구와 밤을 지새우며 그 감성에 취해보기도 하는 요즘입니다.
나는 빛이 바랬지만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예스러움이 묻어있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아 감히 가늠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지금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전해지는 그 깊은 울림은 아마도 이런 노래들만 찾아서 되는 밤을 만드는 것일 테지요.
오래된 노래를 듣는 것에는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내 아버지는 이 노래를 들으며 청춘을 보냈을까. 혹은 내 어머니는 이 노래들과 함께 지난 가을밤에 어떤 꿈을 꾸었을지 괜히 궁금해져 전화를 걸어 보기도 하지만, 어쩐지 쑥스럽고 또 시답잖은 질문 같아 투박한 안부를 전하고 짧은 통화를 마칠 때도 있습니다. 답을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아버지의 청춘과 어머니의 지난 소녀의 시절은 그 시절 그 노래들과 많이 닮아 있을 테니까요.
또 투박한 섬세함이 돋보입니다. '추운데 따듯해.'라든지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같은 표현들이면 조금 이해하기 쉬울까요. 요즘처럼 악기의 다양성 또 장르를 뛰어넘는 유연한 자유로움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투박하기 짝이 없는 노래들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속에 감춰진 섬세함은 우리가 옛날 노래들을 찾아 듣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번 PLAYL1ST 플레이리스트는 'Once Upon A Time ; 오래된 노래'입니다. 며칠 전에 가을을 선물하고 싶어 오래되고 허름한 꽃 가게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투박한 손을 가진 정말 말 그대로 투박한 아저씨께서 만들어주신 섬세한 꽃다발을 산 적이 있습니다. 그날따라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이 꽃을 감싼 종이가 헐러덩 벗겨지는 걸 보고 거리에서 한참을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요즘 많이 쓰는 말로 '오히려 좋다.'라는 말이 딱 떠오르던 순간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오래된 것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투박한 섬세함'때문이지 않을까요. 덕분에 가을과 어울리는 이야기도 함께 아주 좋은 선물을 했었습니다. 이 노래들이 계속 그렇게 그 시절 그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기를 바라며, 투박한 섬세함? 오히려 좋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