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三三推薦
단정하기 위하여

  고향으로 내려갈 준비를 한다. 평소보다 조금 더 짧게 머리를 자른다. 내려입었던 바지는 벨트 세 칸 정도로 올리고 위에서부터 잠궜던 셔츠는 아래에서부터. 평소보다 단정해 보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모님은 상관없다 말하지만 그래도 괜히 어딘가 찔리니까. 먼 서울에서 몸도 마음도 살고 있단 어필을 하기 위해. 나름 고민의 결과를 적어봤다.


『 Pique Knit Cotton LS Polo - Adsum 』


  처음부터 이 브랜드가 마음에 들었다. 제품 목록에서 어떤 제품을 골라도 입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대부분의 제품이 무난하다. 무난하단 말은 곧 활용도가 높다는 뜻. 이런한 제품 구성으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충분히 알고 있다. 때마침 세일 중이었다. 한국까지 직배송도 가능했다. 짜임이 꽤 괜찮은 니트 폴로가 도착했다. 단정하지만 또 그렇게 차려입은 실루엣은 아니었다. 평소에는 단추 한 개와 더불어 안쪽으로 보일 듯 말 듯 얇은 체인을, 고향으로 내려간 땐 단추 두 개로 단정함을.



『 남자는 쇼핑을 좋아해 - 무라카미 류 


  그래, 책 한 권 쯤 손에 들려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무엇을 읽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무언가 손에 들려 있는 것이 중요하다. 뭐라도 읽으면서 삽니다, 라는 느낌으로. 이전에 한번 소개한 쏜살문고 시리즈에 담겨있다. '남자는'이라는 문구가 없었다면 훨씬 더 좋은 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유명한 작가 무라카미 류의 쇼핑기를 담은 산문집이다. 가끔 한 편씩 읽기 좋다. 셔츠에 집착하는 남자의 이야기는 꽤 흥미롭다.



『 POP THE TAG - Omega Sapien 


  귓속까지 단정할 필요는 없을지도. 단정함과 가장 멀리 있는 트랙을 선택한다. 왠지 모를 기분으로부터 달아나는 시도를 한다.


Editor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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