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三三推薦
증거인멸 불가능

미니멀한 삶을 원한다. 물건도, 마음도, 관계도. 필요 없는 것들은 굳이 간직하지 않기 위해 애쓴다. 주기적으로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에 앞서 우선 들이는 것부터 고민한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고르는 편이다. 소소한 부분에서의 취향 변화는 있어도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을 믿으며. 종종 믿음을 벗어나는 선택들이 있다. 절대 후회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끝까지 쿨 하게 돌아설 수도 없는 그런. 물건이어도, 마음이어도, 관계여도 결국 끝까지 가져가야할.


『 15FW Supreme Comme Des Garcons Hooded Sweatshirt 』


슈프림이 한창 좋을 때였다. 주차마다 발매하는 제품 보다 협업 제품이 당연히 더 멋있어 보였다. 울 소재로 처리한 후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옥탑방에 남자 넷이 모여 살 때였고 항상 부족한 것을 꼽자면 음식과 돈이었다. 그 부족한 두 가지를 참고하여 구매했었다. 자주 입겠다는 결심과 달리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최근 이사를 하면서 옷장 한 쪽에 걸려 있는 것을 발견. 다시 입어볼까 싶다가도 금방 내려놓는다. 슈프림에 빠져있었단 증거처럼 남겨두기로 했다.



『 Apple iPhone 6s 


6s만 있는 것이 아니다 5s도 있다. 4s는 잃어버렸던가. 지난 스마트폰을 보관하는 것은 그리드문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물론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본의 아니게 오래 만났던 애인과 헤어질 때마다 아이폰 교체 타이밍이 찾아왔다. 6s는 가장 오래 사용한 제품이다. 8이 나왔을때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모바일 환경보다는 PC 환경을 선호한다. 그렇기에 기기의 연식에 의미를 두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메모들과 사진들은 어쩔 수 없다. 중고 판매를 상상하면 괜히 마음이 울적하다. 공부했고, 사랑했고, 일했단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최근 12를 샀다. 역시 요즘 물건이 좋더라.



『 Converse & Vans 


걸음걸이 탓인지 신발의 뒤쪽 바깥 아웃솔만 유난히 닳는 편이다. '유난히'라는 느낌이 들 때 마다 또 다시 같은 모델을 구매한다. 그렇게 쌓인 컨버스와 반스가 꽤 많다. 언젠가 공간을 만들었을 때 오브제로 한쪽에 쌓아두고 싶단 이유로. 한 무더기 쫌 쌓여있으면 나란 사람을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증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재구매를 좋아하는.


Editor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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