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들 및 그 심리와 등가 관계인 다양한 형태의 도형 또는 시소 등이 등장하던 과도기를 거쳐 사물의 형태가 사라지고 단색의 화면에 오직 선, 곡선만 존재하는 미니멀한 구도는 이번 전시를 포함 근작의 토대를 이루는 구성이다. 선과 곡선, 그리고 기하학적 도형이 만들어내는 캔버스는 의도적인 이미지 간 간격과 형태의 대소에 의해 운동성이 부여되는데, 이는 자유로이 부유하며 필요에 따라 연횡하는 군소집합의 움직임과 수련거림으로 표출된다. 서두에 언급한 실존의 존재론적 불완전함이 구상의 전유물 만은 아니라는 작가의 실증적 결론의 비평적 관점에서 시기의 구분을 초월하여 허우중이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색에 대해 보다 전향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이 우선적으로 눈에 띈다. 기존 작품에서 보이던 밝은 무채색이 중첩된 화면에 직교가 지배하는 선과 도형의 정돈된 형태에서, 파스텔톤 바탕에 보다 자유분방한 배열의 긴 색 선들이 화면을 다중 분활하고 있음이 감지된다. 흰 배경에 검은 선과 도형이 각도와 방향성의 콤포지션으로만 무브먼트를 만들고 바실리 킨딘스키의 주창처럼 "발색의 환영"을 끌어냈다면, 신작에서의 색 선의 등장은 화면에 온도감을 부여하고 원근의 착시를 불러오며, 선에 집중되던 시선에서 분활된 면과 덩어리의 고저와 두께를 인지하게 이끈다. "선이 그어지는 행위로 탄생하는 면"이라는 종속 관계는 이내 모호해지고, 색의 존재는 분활된 면 간의 계층 구조를 조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