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三三推薦
나에게 닿기를

  가끔 어린 시절을 생각한다. 무슨 일들로 지금의 내가 있는지 따라가다 보면 납들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 훨씬 많다. 싫었던 기억들은 조금만 걷어내면 나름 괜찮았던 것들이 고개를 내민다. 괜찮았던 것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의 삶에 닿기도 한다. 지금 사랑하는 것들이 다시 미래에 나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앤드루 포터 』


  누구든 좋아할만한 소설은 흔치않다. 열네 살 쯤 동네 서점에서 로알드 달의『세계 챔피언』을 집어 들었다. 세상엔 이런 소설도 있구나, 동양권 소설들과 어딘가 조금 다른 센스와 작가의 타고난 이야기 솜씨에 감탄했다. 로알드 달이『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작가란 사실은 꽤 나중에 알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통해 다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잘 쓰인 단편들이 들어있다. 탄탄하게 닦인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다. 너무 빠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늘어지지도 않는다. 잘 연결된 문장들은 한눈팔지 않고 결말로 향한다. 섬세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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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verse x Thisisneverthat Chuck 70 


  첫 기억은 컨버스가 아니라 에바라스트였다. 청록색 로우 모델이었나. 어렸던 나에겐 그것도 컨버스였으니 별 상관은 없었다. 그때부터 거의 15년이란 시간을 컨버스와 지내왔다. 좋고 편한 신발들도 충분히 많았다. 하지만 심리적 편안함은 별개였다. '나답다'라고 느껴지는 아이템이 있는 건 의외로 행복한 일 일지도. 디스이즈네버댓이 컨버스와 함께했다. 티저도 놀라웠지만 공개된 제품은 그것 이상으로 멋졌다. 뉴 빈티지(New Vintage)라는 슬로건 아래 제작된 미드솔과 헤어리한 스웨이드 어퍼는 어떤 협업에서도 보기 힘든 디테일. 그린 컬러 아웃솔도 한몫했다.


『 하리보 샤프트 골드베렌 


  어렸을 땐 간식이 좋았다. 밥과는 전혀 다른 맛들과 식감 때문이었을까. 성인이 되고 난 이후론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는 누가 주면 그제야 하나 맛보는 그런 게 간식이었다. 우선은 밥을 먹어야 힘이 나고 사탕이나 젤리, 초콜렛 보다 커피가 효율적이란 것을 깨달아서 였을지도. 그래도 아주 가끔 장을 볼 때마다 하리보는 집어 들었다. 젤리를 씹으면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기사를 본 이후로 괜히 더. 샤프트 골드베렌은 그냥 골드베렌 보다 과즙량이 높다고 한다. 실제로 더 진한 맛도 느껴지고. 다만 양치는 꼭 해야 한다.


Editor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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